과학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상상할 수도 없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도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 그 중 인간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것 중 하나가 문자와 전화, 영상 매체와 같은 의사소통 방법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 어떻게 소리와 사진이나 동영상이 아무런 연결 고리도 없는데 상대에게 그대로 전달될까.

전화는 사람을 보지 않고 음성으로 상대와 의사소통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전화 말하기는 맞보면서(대면) 하는 말하기와는 다른 독특한 특성이 있다. 맞보면서 말할 때는 다양한 표정과 몸짓 등으로 상대의 자세한 감정 상태를 알 수가 있지만 전화는 그런 정보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말소리로 그런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 그만큼 전화 말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전화 말하기 예절을 많이 배워왔다. 그러나 실제 전화할 때는 그런 예의를 지키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전화를 걸 때는 먼저 상대에게 인사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사람을 만날 때 하는 말인사와 같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하고 그 다음 “지금 통화하실 수 있으신지요”와 같이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인지 물어보는 것도 예의다. 그리고 자기가 누구인지를 먼저 말해야 한다. 자기 소개는 공식적일 때와 사적일 때 그리고 상대와 관계에 따라 달라야 한다.

그런데 자기를 소개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자신에 대한 정보의 양과 질은 최대한 절제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상대에게 지나치게 많은 정보와 깊은 정보를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에는 상대가 왜 전화했는지 먼저 파악하고 자신과 관련이 없을 경우나 상대가 지나치게 흥분한 상태에 있을 때는 적당한 핑계를 대더라도 과감하게 중간에 전화를 끊거나 죄송하다고 한 후 다음에 전화하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한 번쯤 생각할 여유를 가지기 위해서다. 요즘 상업 전화나 판매나 목소리 사기 전화가 워낙 많은 세상이라 상대의 말을 다 들어주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상대에게 설득당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대와 관계에 따라 높임말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공손하고 겸손하게 말해야 한다. 전화 말하기는 어떤 때는 마주 보고 말할 때보다 더 감성적이며 감동을 줄 경우도 많다. 그리고 손윗사람이나 지인과 전화할 때는 호응하기를 잘하고 중간에 함부로 말을 끊지 않아야 한다. 자칫 상대가 무례하게 받아들이기 쉽다.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을 때도 “안녕히 계십시오” 정도로 끝맺음 인사를 하는 것도 예의다. 전화 말하기를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 전화 말하기를 잘해서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며 살아가는 것도 삶의 지혜다.

우리 모두 늘 행복하고 좋은 소식으로 전화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인생사가 어찌 좋은 일로만 전화할 수 있겠는가.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