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별도로 표시된 겹마름모꼴 문양이 자리 잡고 있었다. 혼자 떨어진 그 마을이 바로 이곳에서 다소 멀리 떨어진 고래잡이 마을이었다.

그들의 생활 방식은 다섯 개 마을과는 완전히 달랐다. 다섯 개 마을이 비옥한 땅에서 곡식을 가꾸고 짐승을 사육하며 때때로 사냥을 하며 살았는데 반해 이 마을은 예전부터 바다로 나가 고래를 사냥하며 살았다.

김일환은 이야기를 해나가며 바위 면에 새겨진 문양을 하나씩 짚었다. 그림 하나가 단어 하나가 아니라 문장을 나타냈다. 이어지는 그이 이야기가 전혀 어색하지가 않았다. 김일환이 설명을 하는 동안 마츠오도 공부하는 학생처럼 얌전히 듣고 있었다. 나는 적이 안심이 되었다. 격한 논쟁이 일어나는 것 보다는 설명을 다 들어보고 판단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아래쪽 고래를 잡는 마을을 포함해 여섯 개 마을 사람들은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택했다. 이곳은 여섯 개 마을의 중심이 되는 지역이다. 주로 무더운 여름이면 여섯 개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 함께 모여 더위를 피했다. 마을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규칙을 정해 바위에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바위에 기록을 새기는 것은 전적으로 미호 마을의 몫이었다. 그들은 큰 산을 모시는 하늘의 정령을 받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큰 산은 해를 품은 산이었다. 큰 산은 해를 닮은 붉은 돌을 품고 있었다. 그것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돌로서 그 강함을 따를 수 없었다. 바위에 기록을 새기는 것도 큰 산의 붉은 돌이라야 가능했다. 미호 마을의 촌장은 마을의 상징으로 붉은 돌도끼를 들고 다녔다. 신령스런 붉은 돌도끼의 권위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미호 마을 사람들은 성품이 온순하고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그러니 모든 마을 사람들이 성심을 다해 따랐다. 각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 마을 간의 규칙에 대해 의논하고 내용을 바위 면에 기록으로 남겼다.

바위 면에 기록을 새기는 것은 전적으로 미호 마을 장정의 몫이었다. 작업을 할 때는 마을의 상징인 붉은 도끼를 항상 옆에 세워두었다. 미호 마을 사내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바위그림을 읽고 새기는 훈련을 받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미호 마을에서 바위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붉은 돌 때문이었다. 붉은 돌은 유일하게 미호 마을에서만 나왔다. 다른 마을 사람들은 하천에서 흔하게 굴러다니는 푸른색 옥석을 갈아 사용했는데 붉은 돌과는 야물기를 견줄 수 없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고래잡이 마을 사람들이 큰 고래를 잡는데 미호 마을의 붉은 돌이 유효하게 쓰였다. 집채만큼 큰 고기를 자르는 데는 무엇보다 커다랗고 날이 잘 드는 돌칼이 필요했다. 미호 마을에서 나오는 커다란 붉은 돌칼이 아니면 큰 고래를 자르는 일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김일환은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타원형을 반으로 갈라놓은 문양을 손으로 짚었다.

이것은 각 마을이 지켜야할 기본적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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