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노조가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원장실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 노조원들의 행동을 감시하려 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8일 카이스트 노사 양측에 따르면 원장 비서실의 한 직원이 노조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25일께 대전의 한 가게에서 무인카메라를 35만원에 구입, 원장실 구석에 놓여 있는 공기청정기 환풍구 속에 직접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직원은 "노조가 원장과 만날 때 가끔 위협행위가 있어 신변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원장에게 보고한 뒤 장비를 구입했다"며 "그러나 영상을 받아보는주변 기기를 사지 않아 실제 노조활동을 촬영하거나 감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이스트 노조는 "지난 5일부터 원장실을 점거, 농성을 벌이던 중 6일 원장실 내 공기청정기 안에서 담뱃갑 크기의 검정 무선 감시카메라를 찾아냈다"며 "학교측이 노조의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이 감시카메라를 몰래 설치한 만큼 그동안의 감시결과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어 "판매업소에 확인한 결과 이 감시카메라는 반경 200m안에서 무선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학교측은 이를 숨기기 위해 공기청정기 앞에 관상수를 놓는 등 교묘하게 노조의 활동을 감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노조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과기노조 소속 36개 지부장이 원장실에 대한 점거농성을 지원키로 하는 등 파업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최덕인 원장은 "직원이 무인카메라를 설치하겠다고 보고해 왔지만 공기청정기 속에 이미 설치한 사실은 몰랐다"며 "그동안 노조로부터 여러 차례 신변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에 직원이 보호 차원에서 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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