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과 권력층을 상대로 전대미문의 절도행각을 벌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도」 조세형씨(63)는 대도라는 호칭으로 일반에 알려지기 전에는 우리 사회에 흔한부랑아이자 잡범이었다.  △조세형씨의 전과=지난 38년 전주에서 태어난 그는 어머니가 출산직후 숨지고 아버지는 행방불명이 돼 7살이 될 때까지 형의 등에 업혀 구걸한 젖을 먹고 자라다 50년 6·25 전쟁이 터지면서 고아가 됐다.  그는 형과 함께 전주로 피란을 갔으나 형과 헤어진후 전국 27곳의 보육원을 전전했으며 소년기에는 각종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을 20차례나 드나들었다.  성년이 된 조씨의 절도규모는 70년대 들면서 커져 모 권력자와 재력가의 집에서 하룻밤 사이에 수십캐럿짜리 보석과 현찰을 훔치는 등 대도의 길로 접어들었다.  조씨는 드라이버 한개만 있으면 보통 도둑들은 접근조차 어려웠던 고관대작과 부유층의 안방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무후무한 절도규모를 기록한 그는 75년 검거됐을 때 서울 신문로의 한 가정집에서 3캐럿짜리 다이어반지 등 260여점의 귀금속(당시 7천245만원 상당)을 훔친 것을 비롯해 3년간 고급주택가에서 1억원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절도죄로 전과 7범이 될때까지 좀도둑에 불과했던 조씨가 이 사건으로 인해 최초의 기업형 절도범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가 정확히 얼마를 훔쳤는지는 자신 말고는 아무도 정확히 모를 정도다. "중앙정보부장의 공관에도 몰래 들어갔다 나왔다"고 말해 한때 파장을 일으켰던 그는 83년 법정에서 검찰이 압수한 보석 가운데 5억원 정도와 서교동에서 훔친 황금 240돈쭝을 공소장에서 누락했다고 검찰을 꼬집는 배짱까지 보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절도행각을 통해 한국 상류사회의 사치스러움을 폭로하는 효과를 낳았다.  당시 한 국회의원은 "수억, 수천만원대의 귀금속을 집속에 감추어 두고 있는 사람이 대도인가 아니면 그것을 훔치는 자가 대도인가, 조세형을 잡기 위해 정부는 전국적으로 비상망을 폈는데 집안에 보물을 잔뜩 감춰둔 특권층 대도를 잡기 위해 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조세형의 이번 행동은 지난 98년 11월 15년 수감생활을 끝내고 청송보호감호소에서 출감한뒤 범죄자를 교화하는 신앙인으로 새출발했던 조씨의 행적에 비춰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조세형의 최근 행적=조씨는 출감후 99년 3월 한 독지가 도움으로 서울 종로구 신문로 한 빌딩 사무실에 선교회를 만들어 재소자 교화활동을 해왔고 한 신학대학원 목회지도자과정에 입학, 지금까지 신앙인으로 모범적 생활을 해왔다.  또한 99년 4월부터는 경비보안업체 에스원 자문위원으로 위촉돼 범죄예방에 앞장 서왔다.  조씨는 또 지난해 2월 16살 연하의 여성 사업가와의 사이에서 건강한 아들을 낳고 이어 3개월뒤 결혼식을 올리는 등 가정까지 꾸리고 정상적 생활을 해왔다.  에스원측은 "조씨는 지난해 11월17일 일본 교회 초청으로 간증을 위해 출국을 했고 비자 만기가 12월4일인데도 귀국하지 않아 회사와 가족들이 조씨를 찾으려 수소문을 했지만 성과가 없었는데 오늘에서야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조씨는 지난 99년 10월부터 신앙간증 등을 위해 일본을 8차례 방문했고 오스트리아미국 중국 괌 등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를 잘 아는 경찰청 수사자문관인 에스원 최중락고문은 "오늘 아침 소식을 듣고 조씨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알렸는데 깜짝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며 "그 후 부인과도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조씨가 일본으로 출국한지 보름쯤뒤 지난해 12월초 조씨가 운영하던 선교회사무실도 문을 닫았다.  경찰은 "운영경비가 부족해 선교회 문을 닫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씨가 에스원으로부터 월 200여만원씩 받고 신앙간증으로 부수입을 올리고 있고 부인이 중소기업 사장이라 돈이 있는데 문을 갑자기 닫은 것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주변 얘기들=조씨와 줄곧 친분을 가져온 에스원의 한 관계자는 "평소 조씨는 하느님의 사람이 됐으니까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겠다고 말해왔는데 이번 일은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조씨의 이번 행위에 대해 조씨가 출소후에 가진 시간과 노력이 과거에 쌓아놓은 경험을 덮어버리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화여대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이근후 교수는 "인간이 과거에 쌓은 경험은 죽을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며 "순간 순간 유혹하는 과거의 영향에서 벗어나 새롭게 거듭나려면 각고의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조세형이 출소후 거듭나겠다고 다짐한 것은 결코 가식이 아니었을 것이며 단지 과거의 유혹에서 완전히 벗어날만큼 시간과 노력, 자아의 힘, 주위사람들의 도움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생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철창에서 보낸 조씨는 어떻든 이번 일로 일본에서 최소3년형을 살게 될 것으로 전망되며 귀국후에도 국내에서 별도의 재판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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