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의 성과급 잔치와 집안싸움에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소외감 느껴
글로벌 불황 등 불확실한 미래상황
대기업 노사와 정부는 쇄신 필요해
        
성공적인 임금격차 해소 위해선
산업별 직무등급 기준 제시해야
동일직무의 시장임금이 형성되게
임금정보의 사회적 유통 인프라를
   
멈춰선 경사노위 재가동도 필요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대한경영학회 회장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대한경영학회 회장

기아 노조는 지난 23일 오토랜드 광양에서 조인식을 열고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임금협상 합의안을 최종 도출한 당시 기아 노조측은 기아만의 교섭으로 현대차를 뛰어넘어 그룹 서열화 분쇄를 쟁취했다고 내부 소식지를 통해 자평했다. 이에 민주노총 현대차지부는 내부 소식지를 통해 기아 노조의 협상 대상은 현대차 노조가 아니라 사측이라며 자극적인 내용으로 노노 갈등을 유발하는 일을 자제하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대기업 노동조합, 이른바 귀족노조들의 공개적인 갈등의 행태는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특히 최근 현대차그룹 다른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와 현대로템, 현대비앤지스틸, 현대엠시트 등 4사 노조가 연속 파업을 통해 현대차·기아와 동일한 성과금 및 특별격려금을 요구하며 계열사 서열화 논란이 부품사로까지 확전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최대 실적을 거뒀는데도 차별적 성과주의로 인해 자신들이 성과급 지급에서 제외됐다며 차별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기아는 작년 11월에도 회사가 5년 만에 생산직 신규 채용검토 시, 신입사원 채용에서 단체협약상 우선 및 특별 채용 조항을 준수해야 한다고 압박해 물의를 빚었다. 결국은 금년도 기아 임금협상에서 노조는 사측과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 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의 조항에서 ‘정년퇴직자’와 ‘장기 근속자’ 문구를 삭제하고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변경하면서 역대 최대의 임금협상 결과를 도출했다.

기아 노사는 3년 연속 무분규 잠정합의안을 도출, 협력적 상생의 노사관계로 발전할 전기를 마련했다고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를 개운치 않은 웃음을 짓게 된다. 임금과 성과격려금은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경영성과금 300%+800만원, 생산판매목표 달성 격려금 100%, 특별 격려금 250만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 상품권 25만원에 무분규 타결 무상주 34주 지급도 포함됐다.

반면 현대차그룹 2·3차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이러한 원청의 성과급 잔치와 집안싸움에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임금인상에 따른 2~3차 협력사의 수익성 악화 보전과 경영안정 지원을 위해 1000억원의 상생협력기금으로 출연해 지원한다는 지난해 10월 계획이 발표되었으나, 이는 부품 중소기업에 사업다각화, 미래차 사업화 지원을 위해 부품사 공급망 안정화 기금으로 조성되는 것이지 협력업체에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임금과 성과격려금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특히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울산지역 주력산업에서 원·하청기업 사이의 비대칭적 지위는 노동시장으로 파급돼 원청회사의 정규직 근로자와 하청회사의 근로자간에 임금 및 근로조건 등의 처우가 심각하게 차이가 나면서 원·하청 관계를 중심으로 한 수직적 분업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경영환경 불안과 지속되는 고금리 기조, IRA 등 국가간 무역장벽 심화 등 불확실한 미래 상황에서 국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대기업 노사와 지지율이 하락 중인 정부 모두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에서 쇄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고용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원·하청 관계 개선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제조업이 밀집돼 있는 울산지역의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 원·하청거래 네트워크의 구조를 파악하고, 원하청 구조와 기업의 생산성·수익성 등 경영성과 간의 관계를 검토해 문제점을 개선하고 지속가능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경우 모듈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하위 시스템 통합기능이 모듈업체에 이양되었고, 1차 부품업체 중 탈락한 업체는 대형부품업체의 외주를 받는 2차 이하의 부품업체로 재편되면서 임금 및 근로조건에서도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완성차업체나 부품회사의 숙련도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자동차산업의 원·하청 구조에서 나타나는 특징인 강한 전속성 및 교섭력 우위가 임금격차를 만들고 있다. 완성차기업의 임금결정은 기업 내부의 다양한 영향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만 1차 부품회사의 경우 완성차기업에 의한 부품단가 및 기업내부 요인에 의해 임금이 결정되며, 2차 부품회사의 경우 전국적인 시장임금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전속적 관계는 하청기업의 원청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결과적으로 완성차업체의 교섭력이 커지고, 그 결과 납품단가 인하나 원자재 가격의 상승분이 납품가격에 반영되지 않아 임금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계열사 1차 부품업체의 비정규직 활용 수준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일부 부품회사는 70~80%에 이르고 있으며, 비계열사 부품회사의 비정규직 평균 비율을 살펴보더라도 40% 수준으로 상당히 높다. 이는 기업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계열사 1차 부품회사는 고임금 구조를 견디기 위해 사내하청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기아자동차 노조가 지난 20일 임금 및 단체협약 합의안을 최종 가결하면서 현대차를 넘었다며 역대급 성과를 자축하자 현대차 노조가 갈라치기 말라며 공개 경고하고 나서 갈등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 기아자동차 노조가 지난 20일 임금 및 단체협약 합의안을 최종 가결하면서 현대차를 넘었다며 역대급 성과를 자축하자 현대차 노조가 갈라치기 말라며 공개 경고하고 나서 갈등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성공적인 임금격차의 해소를 위해서 정부는 산업별 직무등급을 설정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동일직무에 대한 시장임금이 형성될 수 있도록 임금정보의 사회적 유통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 영미권의 경우 다양한 전문가나 기관들이 단순한 임금에 대한 정보만이 아닌 개별기업들의 직무분석 결과를 토대로 산업별 직무분석 틀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에서 임금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나 분류기준이 정확하지 않고, 직급별 세부 임금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기업들이 임금 정책을 수립하거나 근로자 본인이 임금 수준을 비교할 때 실제 참고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산업별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 멈춰있는 경사노위가 재가동되고 함께하는 열린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대한경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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