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 바다는 치사량의 색을 벼리는 중 물결은 어떻게 붉은색에서 코발트까지 넘실거리는 파문을 가시광선의 서랍 속에 쟁이었던가 자신이 왜 아름다운지 생각하는 래터럴 라인(어류 촉각기관)이 뭉클해지면 하늘은 바다의 며칠, 햇빛과 바다가 뒤바뀌면서 상형문자에 가까운 백열등 점등이 빨라지니까 바다는 열 마리의 들쇠고래 백 마리의 들쇠고래 천 마리의 들쇠고래의 지느러미와 합쳤기에 파도는 한 마리의 들쇠고래의 뼈이면서 또한 불빛과 종소리가 교대로 솟아나며 고래 울음 위의 노을까지 모두 파도의 명랑이라는 바다

온갖 생명체들의 활기 넘쳐흐르는 바다

▲ 송은숙 시인
▲ 송은숙 시인

애면글면. 힘에 겨운 일을 이루려고 온갖 애를 쓰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바다의 모든 것이 애면글면 애쓴다. 바다는 열 마리, 백 마리, 천 마리의 들쇠고래를 키우느라 애면글면하고, 파도는 그 바다를 무겁게 이끌고 와 ‘한 마리 들쇠고래의 뼈’처럼 솟구치느라 애면글면한다. 물결은 햇빛과 바다와 노을이 직조하는 색의 파문을 쟁여두느라 애면글면하고, 고래는 광막한 바다에서 그 울음소리로 무리를 모으고 존재를 드러내려 애면글면한다.

들쇠고래는 무리 지어 사는, 다른 고래 종들과도 함께 헤엄치는 커다란 돌고래라고 한다. 바닷속이 좁다 하고 수십 마리의 들쇠고래가 우글거리며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모습, 고래 사이로 달아나는 청어나 오징어 떼의 재빠른 움직임, 그 바다를 비추는 햇빛이 스러질 때쯤 집어를 위해 켜진 백열등이 글자의 획처럼 뻗어있는, 살아 꿈틀거리는 바다를 그려본다.

그러니까 바다의 애면글면은 생명체들이 뒤엉켜 부딪치고 넘실거리며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는 활기찬 모습으로 나아간다. 마침내 바다가 몸을 일으켰을 때 ‘불빛과 종소리가 교대로 솟아나며’ 몸을 날리는 파도의 유쾌, 상쾌, 통쾌한 명랑.

송은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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