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과 가치관 형성되는 청소년 시기
아이돌 성공확률 1%에 인생을 건 모험
휴식·수면·건강·학습권 등 보장 필요

▲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

대한민국의 문화트렌드인 한류(Korean Wave)는 1990년대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K-드라마를 시작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한국적 서양음악(?)인 K-팝이 이끌고 있다. 2020년대 현재 한국 아이돌 가수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케이팝은 세계적으로 성공했다고 말한다.

‘BTS’는 히트곡인 ‘다이너마이트’ 로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블랙핑크’는 국내 걸그룹 최초로 빌보드 앨범200 차트 2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이 군대를 간 사이, 남성그룹 ‘세븐틴’은 미니앨범으로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2023년 글로벌 앨범차트’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케이팝 음악의 특징은 반복되는 가사와 멜로디를 사용해 만든 후크송(Hook Song)을 기반으로 한다. 리듬은 단순 경쾌하다.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와 흥미로운 노랫말에 빼어난 외모의 아이돌들의 집단 칼군무가 가미돼 인기를 끌고 있다. 약 1500년 전 부여, 고구려, 삼한의 우리 옛 선조들이 밤새워 가무(노래와 춤)를 즐기는 민족이었다는 중국기록이 불현듯 생각난다.

그러나 이러한 케이팝의 성공 뒤편에는 ‘연습생’ 제도라는 어두운 그늘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어린 청소년들이 가정을 떠나 수년간 합숙생활을 해야 하고, 인성과 가치관이 형성되는 중·고등학교 생활을 사실상 포기하기도 한다. 100명 중 1명의 아이돌 가수 성공확률에 인생을 거는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연예계에서, 데뷔 후 실패하는 아이돌 가수와 데뷔도 못 해보고 탈락하는 연습생은 99%가 되는 셈이다.

이들은 대개 약 3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가창력과 댄스트레이닝을 교육받는다. 그리고 멤버들과 합숙생활을 한다. 교육비와 생활비를 합쳐 연습생 1인당 월평균 비용지출은 155만원에서 250만원에 달한다. 이들은 이 비용을 기획사로부터 제공받고 빚을 진다. 당연히 나중에 돈을 벌게 되면 후하게(?) 갚기로 하는 계약에 서명한다. 인생을 돈 없이 빚을 지며 시작하는 아동-청소년 대중문화 예술인에게는 불리한 조건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연습생 제도에 대해 한 평론가는 가혹한 평가를 한다 : 소위 선진국에는 없는 북한에만 있을 듯한 제도라고. 비즈한국에 따르면 인권침해의 대표적 사례는 “여자 연습생 10명 중 8명은 생리를 안해요” “오전 5시에 일어나서 새벽 2시에 귀가하는 삶. 다이어트를 위해 일주일 동안 물만 마시는 ‘아이들’이 엔터테인먼트 왕국에는 넘쳐난다”고 한다. 당연히 신체와 정신이 망가지고 있다.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장관에게 아동-청소년 대중문화 예술인의 휴식권, 수면권, 건강권, 학습권을 보장하고 인권침해와 차별행위에 대한 권리구제 절차를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의 ‘2020년 대중문화 산업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답한 미성년 대중문화 예술인들은 촬영기간 동안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4~6시간’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7.7%이었다.

기획사 측으로부터 폭언, 폭행, 괴롭힘을 당하고, 몸무게 47㎏ 유지 다이어트와 성형수술 권유 등 인권침해를 당하기도 하고, 나이나 외모, 신체 조건 등으로 출연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권위는 과도한 노출행위나 선정적 표현행위 등이 있을 경우, 당사자와 친권자에게 충분히 사전 설명과 동의받을 것을 권고했다.

최근, 대형 기획사의 현지화 전략에 따라, 미국과 일본 등에서 현지인을 선발해 K-팝 아이돌 그룹을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외국에서 한국식 시스템이 성공하려면 기획사는 연습생을 보편적 인간으로서 최소한 수면권, 학습권과 인권 존중 의식부터 가져야 할 것이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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