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기업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지방정부차원 적극대응 의지 표현
울산기업은 시민들이 지켜냈으면

▲ 김철준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 원장
지난 9월19일 김두겸 울산시장이 고려아연 주식을 1호로 공개 매입했다고 한다. 이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오랜 향토기업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시민들의 동참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울산은 기업의 성장과 함께 오늘의 광역시로 도약한 도시이다. 1978년 울주군 온산비철국가공단에 아연 제련공장을 준공한 이래로 고려아연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 등과 함께 50년 가까이 울산과 성장을 함께 해온 대표적인 향토기업이자 글로벌기업이다. 그런 이 기업을 상대로 한 사모펀드 MBK의 최근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울산에 대한 공격으로 읽힐 수 있다.

사모펀드의 경영권 인수에 대한 편견 탓일까? 고려아연의 파트너사인 영풍과 MBK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공개주식 매입을 두고 적대적 M&A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지역에서는 그간 MBK가 보여왔던 전례를 볼 때 건실한 지역기업인 고려아연이 홈플러스나 쌍용자동차와 같이 쇠락의 길을 걷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간 MBK는 홈플러스, BHC 등을 인수한 이후 고강도 구조조정, 핵심자산 매각, 과도한 배당금 수령 등 전형적인 헤지펀드의 모습을 보여왔기에 향후 행보에 있어서 의심의 여지가 있다. 게다가 중국계 자본이 대량 유입된 펀드를 구성하고 있다고 하니 자칫 중국계 기업으로 팔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고려아연은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선두주자일 뿐 아니라 수소, 이차전지 핵심 소재 등 울산의 미래 먹거리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이제까지 보여준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도 분명 크지만, 미래 분야의 투자 확대로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기에 이번 경영권 분쟁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지역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지난 50년 가까이 울산과 함께 해 온 향토기업 고려아연이 지금처럼 많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미래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모펀드로 경영권이 넘어간다면, 지역사회의 고용과 신사업 투자의 축소, 핵심기술의 유출과 국가기간산업 및 공급망의 붕괴, 고려아연 해외 매각 시 국부 유출, 유독 화학물질인 황산을 운반 중인 온산선 폐지 계획의 좌초 등 좋지 않은 상황이 초래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고려아연과 같이 산업 전후방으로 영향력이 큰 지역기업이 무너지게 되면 지역경제에 미치게 될 영향은 매우 크다.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연계된 산업 전반으로 파급되어 연쇄적인 경제적 타격과 대규모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개 이 같은 타격은 경제적 영향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곧바로 지역의 사회·문화 전반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오랫동안 지역과 함께 성장해온 기업이라면 그만큼 많은 것을 지역과 함께 나누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런 지역 전반에 걸친 부정적 파급효과를 이유로 필자는 울산시, 정치권, 상공계는 물론 울산시민이 함께 하는 범시민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울산시민들은 이런 범시민적 대응으로 성공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여 년 전 소버린자산운용과 SK 간 경영권 분쟁 당시 울산시민은 ‘울산시민 SK 주식 1주 갖기 운동’을 통해서 그 저력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현재까지 이번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지역사회의 반응은 대체로 필자의 생각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든 오랜 향토기업을 지켜내자는 마음으로 하나로 모이고 있다. 지방정부, 정치권, 상공계, 노동계 등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2000년대 초반 SK를 지켜냈듯이 울산시민 모두의 힘으로 향토기업 고려아연을 지켜내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이를 위해서 가장 앞줄에 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디 기업도시 울산, 울산기업은 울산시민이 지킨다는 저력과 의리를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철준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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