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산업 부진·구조조정
불황에 소비 트렌드 변화
음주문화 변화 등도 영향
팬데믹 후 절반가량 폐업

▲ 한때 1인당 주점 업체수 전국 2·3위를 다투던 울산지역의 주점들이 경기 불황과 팬데믹 이후 격감한 주류 소비에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달 30일 울산 남구 삼산동 일대 임대 현수막이 붙은 가게 입구.
▲ 한때 1인당 주점 업체수 전국 2·3위를 다투던 울산지역의 주점들이 경기 불황과 팬데믹 이후 격감한 주류 소비에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달 30일 울산 남구 삼산동 일대 임대 현수막이 붙은 가게 입구.
▲ 한때 1인당 주점 업체수 전국 2·3위를 다투던 울산지역의 주점들이 경기 불황과 팬데믹 이후 격감한 주류 소비에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달 30일 울산 남구 삼산동 일대 임대 현수막이 붙은 가게 입구.
한때 1인당 주점 업체 수 전국 2·3위를 다투던 울산 지역의 주점들이 팬데믹 이후 줄어든 주류 소비에 경기 불황마저 이어지며 울상을 짓고 있다.

20년 이상 울산에서 대리운전하는 최정수(57·울산 남구)는 최근 변화한 번화가 분위기에 일거리 잡기가 쉽지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피크시간대였던 자정 이후 삼산동 거리를 몇 바퀴를 돌아봐도 지나다니는 사람보다 대리운전 예약을 기다리는 기사들뿐이다.

그는 “이전엔 지역 기업들의 월급날이면 월급을 찾아 현금을 들고 시내로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들뜬 기분에 오전 4~5시까지 가게(주점)마다 손님이 많았는데 요즘은 오후 10시만 지나도 거리에 사람이 없을 지경이라 대리운전을 찾는 연락마저도 뚝 끊긴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27일 오후 울산 남구 삼산동 거리엔 자정이 넘자마자 사람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곳곳에 폐업을 알리는 안내장이 붙은 주점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는 팬데믹을 거치며 음주 문화에 큰 변화가 생긴 데다 최근 지속된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유흥비에 씀씀이를 줄인 것이 큰 영향을 줬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전엔 삼산 뒤편으로 주점과 노래방들이 전국적으로 유명할 정도로 호황이었다”며 “청탁금지법 도입과 소비 여력 감소 등의 이유로 하나둘 문을 닫다가 팬데믹을 기점으로 소비 패턴이 달라지며 격감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울산지역 주점 납품 소주 점유율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무학의 전국 소주 판매량은 코로나 이전 월 2억5000병에서 지난해 2억3000병으로 약 10%가량 감소했다.

무학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회식문화가 변화하고 젊은 소비자 취향에 따른 타 주종 구매 빈도 증가, 편의점 중심 이색 주류 출시로 빠른 유행 변화 등이 진행되며 국내 소주 시장이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팬데믹을 거치며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문화가 사라지고 자기 계발, 건강 등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급부상하면서 주점들의 폐업도 잇따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카드사 가맹점 매출 현황을 기반으로 추정한 상권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마지막 다섯째 주 삼산동 일대 주점의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다.

국세 통계 포털 자료에서도 ‘1인당 주점 개수’로 2014년 전국 3위였던 울산이 팬데믹 이후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6년 경기 침체가 시작되며 문을 닫은 주점이 많아진 것보다 더 심한 양상이다.

울산 중구 다운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송모씨(40)씨는 “요즘 문을 열어놔도 반짝 장사인 경우가 많고, 이전처럼 한번에 5~6명씩 들어왔다가 밤새워 마시는 일은 많이 줄었다”며 “대체로 오전 1시가 되기 전에 문을 닫는 일이 다반사라 영업시간을 줄이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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