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에서는 여자의 도를 높이 평가한다. 그 예가 정치를 똑바로 하려면 주부에게 가정경영을 배우라 한다.

주역을 달통한 주부라면 친정에서 아무리 잘 배운 교육이라도 시가에 와선 고집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첫째로 친다. 뭘 배우고 뭘 익혔던 간에 시가는 시가의 법도가 있음을 명심하라는 의미다.

또 가정경영이란 것은 아내는 안에서, 남편은 밖에서 정치를 잘하면 되는 것 아니냐. 말은 쉽지만 이게 얼마나 어려운가. 천하에 가장 어려운 과목이 가정 경영학인데 이는 도를 닦아 도통해야만(?) 한번 덤벼볼 공부다. 도통한 부부가 많지 않으니 만점 가정이 적을까? 아비가 아비답고 자식이 자식답고 형이 형답고 아우가 아우답고, 남편이 남편답고 아내가 아내다워야 가도가 반듯하고 천하도 반듯해진다는 정답을 마스트 하고 간다면 말이다.

주역은 김가이가 점 봐 주는 소인배의 시시한 장난이 아니라 심오한 천지 이치를 깨달아 내 자신을 반듯이 세우면 천하도 따라 반듯이 세워진다는 왕도철학이다.

父父子子 兄兄弟弟 夫夫婦婦 而家道正 正家而天下 定矣(부부자자 형형제제 부부부부 이가도정 정가이천하 정의)

경덕왕(신라 35대) 때 일인 것 같다. 임금이 하루(9월9일)는 반월성 귀정문을 나와 말했다.

"나라가 어수선하구나. 젊은이들은 직장 구하기가 하늘 별 따기고, 있는 놈들은 부동산 투기로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들고, 궁궐은 궁궐대로 측근들이 별별난 게이트 사건으로 체면을 구기고, 코쟁이와 북한은 핵 때문에 알 듯 모를 듯 하는 싸움을 계속하니 국제정치도 풀리지 않는다. 희대의 묘책을 가진 선생을 한 분 찾아보소"

마침 다 떨어진 가사장삼에 앵통(차도구함)을 둘러메고 가는 노승이 있었으니 확인한 즉 "매년 삼진과 중구 날에 남산 미륵 세존에게 차를 바치며 국태민안을 비는 스님인데 오늘도 차를 받치고 하산하는 길"이란다.

경덕왕이 "그 차 나도 한 잔 줄 수 있소?"하자 "당신 같은 사람은 차 마실 자격이 없소. 이왕지사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으니 한 말씀 드리겠소. 임금요, 나라를 너무 크게 여기지 마소. 나라를 당신 처자식이 오순도순 사는 한 가정이라 여기시요. 공부도 덜 된 주제에 나라살림을 너무 크게 생각하니 나라가 거꾸로 도는 게 아니요? 당신 가정처럼 여기시면 통치가 어렵지 않을긴데. 처자식 보살피듯 백성을 따스하게 대하면 뭐 그리 어렵겠소? 정치? 공자님도 내보다 더 심한 막말을 했어요, 어른에게 효도를 잊지 않고 형제간에 우애가 뭔지를 안다면 정치 그거 더 할 게 없다고. 그 이상 무엇이 있을 거란 착각을 하니까 패가 꼬이고 욕심이 넘치는 거요. 그래도 나한데 차 한 잔 얻어먹겠냐?"고 하자 임금은 입이 떨떠름한지 찻잔을 밀어내며 어려운 정치를 푸는 묘수(?)를 요구했다.

임금은 아버지고/ 신하는 어머니다/ 백성을 어린아이로만 여길 줄 알면/…/ 아, 정치한다는 니놈들/ 니놈들이 임금답게/ 신하답게만 살아준다면/ 백성들은 아무 걱정없이 살아 갈낀데.

용장사 3층 석탑을 올라 우측 편으로 조그만 내려가면 왼편 언덕에 흔들바위처럼 보이는 삼화령 미륵세존 연화좌대가 있는데 이곳은 찬기파랑가를 작사한 충담 선사의 차 이야기와 주역 강의가 들리는 곳이다. 삼화령에서 안민가는 확성기를 통해 따갑게 들여왔다.

임금이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아비는 아비답게/자식은 자식답게/형은 형답게 아우는 아우답게/남편은 남편답게/여편은 여편답게 된다면/나라는 태평성대를 노래할끼다/

君君臣臣/ 父父子子/ 兄兄弟弟/ 夫夫婦婦/( 군군신신/ 부부자자/ 형형제제/ 부부부부)

오늘은 왠지 차물이 끓지 않구나.

문수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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