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양자강 낙수(洛水) 가에 신령스런 거북이가 등에 천지이치를 알리는 부호를 달고 나타났는데 기자(箕子)가 이를 풀어 정치 교본 홍범구주(洪範九疇)를 만들었다. 은나라 말기에 못된 주(朱)가 나라를 어지럽히자 기자가 백마를 타고 동쪽(東夷)으로 와서 삼강(三綱)과 팔조(八條)로써 교화를 했으니 그게 바로 우리 민족에게 흘러 온 정치 교과서이다.

우리나라에 강한 기운 중 하나가 낙동강을 타고 바다로 들어가는데 이 낙동강 동쪽 골짜기로 매우 깊고 맑은 시내가 구비 돌아나가는 곳이 있다. 그 시내 가에 큰 돌이 둥글게 우뚝 서서 3층의 대(臺)를 이루고 4면이 모두 벽이고 반석이 거북이처럼 엎드려 있으니 이름하여 반구대다.

포은 선생은 기자를 이은 해동의 유종(儒宗)으로 선생이 이 땅(언양)에 유배 와서 신령스런 이곳을 찾았기에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내었다. 그 후 이곳을 찾았던 회재 이언적 선생과 한구 정강 선생과 함께 삼현(三賢)을 모셔 서원(반구)을 세우니 해동에서 현인을 예우하는 기풍이 성하였구나. 오호라! 포은 선생은 기자의 도통을 이었고 반구대는 낙수 동쪽에서 거북이의 신령스러움을 받았구나(반구대 입구 반구서원 중수기(정조 때 언양 현감을 지낸 김시필의 종형 김기화의 문집)에 이런 글이 있다)

주역에서는 양자강 하수가로 날아온 용마(龍馬)의 등에 하도(河圖)가 있었고 또 낙수(洛水)가의 거북이 등에서는 낙서(洛書)를 얻었다고 한다. 하도는 상생(相生)의 수요, 낙서는 상극(相剋)의 수다. 상생은 엄마가 나를 낳고 내가 자식을 낳고 자식은 손자를 생생하는 이치라 했고, 수생목 목생화 화생토 토생금 금생수 (물은 나무를 키우고, 나무는 불을 피우고, 불은 재를 만들어 땅을 돋우고, 또 땅은 금을 만들고, 금은 다시 물을 만들어 낸다)가 있다.

또 상극인 낙서는 엄마가 회초리로 나를 가르치고 나는 자식을 가르치고 자식은 또 그 자식을 친다고 해 수극화 화극금 금극목 목극토 토극수(물은 불을 끄고, 불은 쇠덩어리를 녹이고, 쇠는 나무를 찍고, 나무는 땅의 영양을 빼앗고, 흙은 다시 물을 먹는다)가 있다. 이는 오행의 상생상극을 도식화 한 것이다.

물이 많으면 나무(과수원 정원수 수목원)나 불 끄는(소방수 냉면 에어콘) 직업을 가지면 성공하고 불이 모자라면 장작을 모으는(목재나 종이) 일이나 불을 더 강하게 하는 직업(기름공장이나 불고기집)을 하면 성공 확률이 높다는 이치라고 여기면 쉽다.

여하튼 우리 울산에서 반구대 같은 이런 절묘한 명당이 어디 또 있으랴! 선사시대의 긴 역사를 고스란히 지켜오는 큰 거북이 한 마리가 여유롭게 헤엄치는 유적지가 또 어느 땅에 있을까? 거북이는 천하에 가장 신령스런 영물이라고 했다. 우리 울산이 이곳 반구대를 신령스럽게만 가꾸어 가면 천하의 정기를 지닌 땅이 될 것임엔 틀림없다.

그래서인지 IWC 총회에 온 귀한 손님들 태화강 따라 작살 들고 반구대로 올라 와 귀신고래와 호랑이를 잡아 고추장에 듬뿍 찍어 태화루 한잔 당겨 보는 재미를 보자 포은 선생의 시한수가 낭랑히 들려왔다.

'오늘따라 나그네의 마음 습살하니/해변을 거닐어 보고 산도 올라본다/쓰잘데 없는 이론이 나라를 그르쳤구나/용은 저무는 한 해가 걱정되어 깊은 골짜기로 숨고/학은 맑은 가을 하늘이 좋아 창공을 오르네/도라지 향에 잠깐 취하는데/미인 여옥이는 구름 저 너머에 산다 하구나'(포은영모비에 실린 시. 거북이 머리에 무거운 비각을 세웠으니 거북이가 머리를 빼도 박도 못하고 있는 형국이 되었다) 문수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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