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에서는 '利見大人'을 이견대인 또는 이현대인으로 읽는 경우가 있다. 어른을 찾아 뵈면 알현(謁見)이다. 예전에 누가 "이견대가 맞나? 이현대가 맞나?"하던 질문을 떠올리며 감포 대본리 이견대에서 차회를 열었다.

이견대는 신라 문무왕이 죽어서도 왜놈 지키는 일을 맡겠다던 그 아버지를 유언에 따라 봉길리 해수욕장에 묻은 대왕암(大王岩)이 가장 잘 보이는 곳.

주역에서 용이 출현하는 임금(하늘)편에 나오는 '드래곤(용) 게임'이 재미있다. 경륜도 없고 정치력도 없는 어리석인 임금 잠룡은 차라리 쥐죽은 듯 죽어 지내는게 낳고, 혹시 경륜과 정치력은 지녔지만 사사건건 시절 인연이 맞지 않아 비토가 생기면 복 없는 임금 현룡이니 백성들에게 무엇을 먼저 해 줘야 할지를 찾으라고 한다.

또 당리당략과 고집과 독선을 피우며 자기편 봐주기식 인사만 하고, 겸손이라곤 도대체 모르는 건방진 임금 항룡이라면 후회막급으로 백성에게 쫓겨 간다고 했다.

그러나 백성 편에 서서 부모의 마음으로 정치를 하고, 항상 국가원로를 모셔 고견 묻기를 아끼지 않고 공부하는 비룡 임금은 전문가를 찾아 자꾸 묻는 이현대인(利見大人)을 잘하라고 했다.

아들(신문왕)이 아버지가(문무왕) 잘 보이는 곳에 감은사를 세웠는데 그 다음해 그 절 앞에 섬이 왔다갔다 하는 괴이한 일이 생겼다. 일관으로 점을 치니 아버지와 김유신이 뜻을 합쳐 나라를 지킬 보물을 전할 징조라 했다.

아들이 동해바다로 나가보니 섬의 형상이 귀두(龜頭)같고, 그 위에 한 그루 대나무가 자라고 있었는데 낮에는 합쳤다가 밤에는 하나가(晝二夜一)된다고 했다. 그로부터 7일 동안의 천지진동이 그치자 용이 흑옥대(黑玉帶)를 받치며 "두 손뼉이 마주쳐야(임금과 백성) 소리가 나듯 이 대나무도 합한 뒤에야 소리가 납니다. 이것으로 피리를 만들어 불면 세상이 평화로워지니 이를 금상께 받칩니다"라고 말했다.

그 후 이 피리를 불면 적군이 물러나고 질병이 사라졌으며, 가뭄에는 비가 오고 장마 지면 날이 개고, 만 가지 어려움을 가라앉히는 만파식적(萬波息笛)의 피리가 되었다고 한다.

"자, 오늘은 이현대(利見臺)에서 우현(又玄) 고유섭 선생의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를 저 피리 연주를 들으며 차 한 잔 합시다"라고 하자 동행한 사람들 모두 즐거워 한다.

'대왕은 죽어 용왕 되어/ 저 바위 길목에 숨었다가/ 해천(海天)을 덮고 나는 귀신을 항복받으시고/ 나라사랑이 중하고 깊으시매/ 후손들은 사모하여 이견대(利見臺)라 하구나/ 영령이 나타나사/ 주이야일(晝二夜一) 대나무가/ 부왕부래(浮往浮來) 전해주신/ 만파식적(萬波息笛) 어이하고/ 지금은 감은고탑(感恩孤塔)만이 남의 애를 끊고나/ 대종천(大鍾川) 복종해(覆鐘海)를/ 오작(烏鵲)아 날지마라/ 창천(蒼天)이 무섭거늘 네 울어 속절없다/ 아무리 미물이라도 뜻이 있어야 울지 않으랴'

문수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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