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교향곡'으로 잘 알려진 헥토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1869)는 프랑스의 낭만파 음악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사람이었다.

베를리오즈는 프랑스 남부 작은 마을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17세 때 부모의 뜻에 따라 파리의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적성에 맞지 않아 뛰쳐나온 뒤 부모를 설득해 음악의 길을 택했다.

그의 대표작 '환상 교향곡'은 그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자서전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다.

베를리오즈가 파리음악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당시 음악도로서는 최대의 명예라고 할 수 있던 로마 대상이라는 콩쿠르가 있었다.

베를리오즈도 이 콩쿠르에 수차례나 도전을 했지만 거듭 낙방했다.

절망한 그는 병상에 눕게 되는데, 그때 그의 생애를 결정하는 일대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바로 영국의 셰익스피어 전문 극단이 파리로 와서 '햄릿'과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했던 것이다.

이 연극에서 베를리오즈는 주연 여배우였던 해리엣 스미드슨(Harriet Smithson)의 아름다움에 매혹돼 열광적인 사랑을 느끼게 된 것이다.

순진한 베를리오즈의 눈에 그녀의 모습은 빛나는 천사와 같이 비쳐졌던 것이었다.

한눈에 반한 그는 분장실까지 찾아갔지만 인기 높은 극단의 주연 여배우였던 그녀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에 베를리오즈는 자신도 스미드슨을 능가하는 명성을 얻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작품들을 모아 어렵게 연주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사랑을 호소하는 편지도 무려 6통이나 보냈다.

그러나 아무런 답장도 받을 수 없었다.

당시 그녀는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인기 있고 유명한 여배우였기 때문에 가난한 음악도에게 관심을 가질 리가 없었던 것이다.

절망한 베를리오즈는 파리의 거리를 몽유병자처럼 헤매고 다녔지만 그러한 사정을 알리 없는 그녀는 극단과 더불어 파리를 떠나고 말았다.

더욱 상심한 베를리오즈는 멋진 교향곡을 써서 그녀에게 복수하기로 마음을 먹게 된다.

사랑의 열병에 건강이 더욱 나빠지면서 베를리오즈는 스미드슨의 환상을 보게 됐다.

이 환상을 바탕으로 그는 거대한 교향곡을 쓰는 것에 몰두했다. 그리고 마침내 교향악 역사에서 가장 독보적이고 독특한 교향곡을 만들어내게 되었던 것이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이 교향곡은 '어느 예술가의 생애'라는 부제가 달려있으며 모두 5악장으로 돼있다.

'사랑에 절망한 젊은 음악가가 아편을 먹고 음독자살을 하게 되지만 먹은 양이 부족해 죽지는 않고 여러 가지 환상이 머릿속에 떠오른다'는 내용이다.

베를리오즈는 이 곡에서 사랑하는 스미드슨을 표현하기 위해 특정한 멜로디를 사용했다.

각 악장마다 조금씩 변형시키면서 마지막 악장에서는 마녀를 상징하는 기괴한 모습으로 변형을 시켜 스미드슨에 대한 복수심을 나타냈다.

이 작품이 완성됐던 1830년 베를리오즈는 드디어 로마 대상을 수상, 많은 상금과 함께 로마로 유학을 떠난다.

'환상 교향곡'은 12월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때에 파리음악원에서 초연됐다.

베를리오즈는 사람을 시켜 무명으로 스미드슨에게 초대장을 보내게 되고, 결국 이 불멸의 대 걸작이 자신을 향한 불타는 사랑에 의해 만들어진 것을 알게 된 그녀는 베를리오즈의 사랑에 감동하고, 몇 년 뒤 두 사람은 결혼한다.

6년에 걸친 간절한 사랑이 이 교향곡으로 인해 드디어 결실을 가져왔던 것이다.

시, 풍경, 회화, 소설 같은 것에서 얻어진 인상을 표현하는 양식인 '표제음악의 완성자'로도 알려진 베를리오즈의 음악적인 감각은 항상 시대를 앞섰으며 그의 작품은 새로운 감각과 비범한 행동력이 있었다.

관현악법에 있어서도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으며 후세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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