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의 논리와 그 이론의 바탕은 자연의 변화다. 말하자면 계절의 변화, 일기의 변화, 주변환경의 변화 등 눈에 보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어떠한 고정되지 않는 변화의 성질과 맞물려 진행되어 가는 가운데 인간의 삶 자체의 현실성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고정된 것처럼 보이는 주변 건물의 존재도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일년에 1회 공전하면서 지구 스스로 일일 1회 자전하는 가운데 가시적으로 고정되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우리가 생활을 하면서 움직이는 물체의 자전과 공전의 변화 위에 위치하고 있다고 평소에 느끼거나 생각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풍수지리 논리가 이론적으로 복잡미묘한 음양의 가장 기초적인 논리를 빌려다 쓰는 이유는 단지 공기가 바람이 되어 움직이는 변화의 논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반대되는 음양의 개념을 도입하여 살아 움직이는 기(氣)의 논리, 즉 변화의 논리를 단순히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풍수지리 논리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태양이다, 지구다, 달이다 하는 개념은 고정된 원칙인데 반해 공전과 자전의 원리는 변화의 모습이며 이러한 움직이는 기운의 변화 속에서 밤과 낮이 생기고, 계절이 생기고, 바람이 생기고, 지구상에서 모든 자연환경의 변화가 스스로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고정되어 있는 것 같지만 고정되어 있지 않는 유동이나 움직임의 자연적 성질에 순응하기 위해 산세의 모습이나 물의 흐름이 높낮이가 형성되어진다.

또 구불구불한 형태의 모습으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아니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산맥이 흐르고 물길이 형성되어 지게 되는 것은 자연 스스로의 일체성에 대한 변화의 논리에 그 근원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경북 안동시 풍산읍 소산마을의 안동김씨 소산종택 청원루는 주변환경에 따라 남서향으로 앉은 형태지만 그림에서 보듯 건물과 출입구의 공간 배치는 이런 논리를 적용시킨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목조기와 누각은 병자호란 당시 예조 판서로서 오랑캐와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했다가 3년간 청나라에 잡혀갔다 돌아온 청음 김상헌(1570~1652) 선생이 인조 23년(1645) 이 집을 누각식으로 고치고 청나라를 멀리 한다는 뜻으로 '淸遠樓'(청원루)라고 이름붙인 것이다.

청원루는 좌·우익사를 중층으로 꾸미고 몸체 부분은 기단을 높게 조성한 뒤 단층으로 앉힌 다락집 형상의 'ㄷ'자형 평면을 취하고 있다. 특히 몸체 대청을 전면에 2자정도 폭으로 한 단 낮게 마루를 2단으로 구성시킨 점이 눈에 띤다.

일반적으로 주거에 있어서 남향 집을 선호하는 것은 고정된 개념으로 주변환경에 따라 남향 집으로 배치해야 할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남향 집을 고수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 전통 풍수이론이다.

남향 집의 장점은 단지 겨울에 햇볕이 많이 들어오고 여름에 실내에 그늘이 장시간 유지된다는 개념에서 비롯된, 고정된 관념 내지 경험적 현상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가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풍수논리의 근간은 변화의 원리에 있고, 인간의 삶은 변화하는 자연환경에 스스로 적응할 수 있을 때에 생리적 기운이 좋아지게 되는데 그럴려면 실내에 쾌적한 환경이나 기운이 우선적으로 중요시 되어야 된다.

햇볕이나 그늘보다는 쾌적하고 맑고 밝은 기운을 얻는 풍수적 방법으로서 강조되는 것이 주변환경에 따른 건물의 배치 방법이다. 즉, 장소와 위치에 따라 동·서·남·북 방향으로 건물을 배치하는 풍수이론이 우선시 되어야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남향집은 햇볕을 오래 받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사람의 건강에 실질적으로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쾌적한 바람이다. 그래서 실내에 쾌적하고 온화한 바람을 불러들이기에는 주변환경과 어울리는 배치방법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북향 집이라도 북쪽으로부터 태양의 반사광선을 실내로 들어오게 할 수 있는 공간 배치가 이뤄지게 되면 부드러운 바람이 실내에 머물게 되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되어 진다.

즉 부드러운 바람이 실내로 불어 들어오는 집과 그 반대 현상의 집을 비교할 때, 들어오는 공간 배치로 설계하는 것이 풍수적 배치 방법이다. 북향 명당집으로 대표적인 가옥으로는 인촌 김성수 선생의 생가가 유명하다.

그래서 풍수적으로 재배치된 전통적 가옥을 짓고 살았던 우리 조상들은 대문의 방향을 중요시하였다. 대문의 방향이 생기 유입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에는 보조 출입구를 만들어 살아있는 바람인 생기의 유입을 실내로 끌어 들이고자 노력하였다.

현실적으로 도시에서는 주택의 개념보다 아파트의 개념이 주거문화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경우 주 출입구의 개념을 엘리베이터가 있는 입구를 주 출입구로 간주하고, 보조 출입구로는 실내로 들어가는 통로인 현관문으로 본다.

그래서 아파트나 상가에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대문의 기능에 해당되는 입구와 출구를 잘 관찰해야 건강한 기운을 우선적으로 얻을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창문의 크기와 위치를 선정하는데에 있어서도 생기가 유입되는 방향은 크게 배치하고, 그렇지 않는 쪽은 작게 배치하여 실내 기운을 조절해 주는 것이 이상적인 공간배치 방법이다. 도움말 강상구 풍수전문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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