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단풍은 예년보다 5~6일 늦을 것으로 예고돼 있다. 설악산이 오는 30일 시작돼 내달 20일 절정에 이를 전망이며, 이 때쯤이면 단풍이 지천을 붉게 물들인다.

한껏 달아올랐던 육지의 단풍이 시들해질 무렵, 남도(南島)의 단풍은 시작된다. 최근 주말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경상남도 남해군도 10월 말이면 산이 붉어진다.

가천 다랭이마을과 금산, 화방사 등 평소에도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남해는 금산과 망운산이 단풍으로 달아오를 때 더욱 이색적인 자태를 뽐낸다.

남해를 두르고 있는 19번 국도를 따라 1박2일 일정으로 남해의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을 미리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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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고속도로 하동 인터체인지에서 남해로 빠진다.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어 남해로 들어가는 입구인 남해대교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남해대교를 지나면 벚꽃나무가 터널을 이룬 구불구불한 길이 이어진다. 19번 국도의 시작이다. '정자고개'와 닮아 낯설지 않다. 벚꽃터널이 끝나는 곳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전몰유허지가 있다.

충렬사로 불리는 이곳은 이순신 장군이 관음포에서 전사한 뒤 시신을 잠시 모셨던 곳이다. 이순신 장군이 3개월간 묻혔던 자리에는 아직도 가묘가 남아 있다.

망운산 화방사는 19번 국도 옆 '이어마을' 안쪽으로 3㎞ 지점에 위치한 고찰이다. 신라 때 창건돼 고찰로 통하지만 지금 가람은 최근에 신축된 듯 새롭다.

오히려 절 옆을 흐르는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와 주변에 자생하는 천연기념물인 산닥나무 군락이 정취를 더한다. 남해 제일봉 망운산에서 내려다 보는 다도해의 풍경은 차라리 경이롭다.

19번 국도는 금산(681곒)에서 허리가 꺾인다. 남해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금산은 유난히 돌이 많다. 등산로 옆 쉼터도 돌이고, 정상 부근의 쌍홍문, 문장암 등 금산 38경에 돌 없는 곳이 없다.

이 때문인지 '한 여자 돌 속에 살고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로 시작하는 이성복 시 '남해금산'에 '돌'이라는 시어가 많이 나온다.

금산 정상은 자동차로 갈 수도 있고, 걸어서도 갈 수 있다. 무박 일정이거나 시간이 촉박하다면 자동차를 타고, 보리암까지 오른 뒤 10여분 정도 걸어서 정상을 오를 수 있다.

걸어서 금산 정상에 오르는 길은 2시간 정도의 시간과 인내를 요구한다. 산은 높지 않지만 등산로는 평지 없이 정상까지 무척 가파르다. 단단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산이다.

보리암 아래 거대한 바위에 두 개의 큰 구멍이 뚫린 쌍홍문을 지나면서 피로는 풀린다. 이후 남해의 절경은 이어진다. 보리암에서 보는 청자빛 바다와 작은 섬들은 조화롭고, 산등성이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위도 시선을 끈다.

등산로 초입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은 여름보다 가을 금산이 더 좋다고 조언한다. 대기가 깨끗해 '진짜' 바다색을 볼 수도 있고, 단풍도 뛰어나다고 한다. 금산이 '소금강'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었다.

금산과 상주해수욕장을 지나 국도변에서 만날 수 있는 생경한 건물. 폐교가 된 구 물건초등학교를 개조해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해오름예술촌이다.

삼동면 독일마을 인근에 위치한 해오름예술촌은 정금호씨가 지난 2002년 사비 8억원을 투자해 2003년 개촌한 예술인들의 공간이다.

예술촌 안은 정금호씨가 수집한 각종 공예품과 골동품 등 2만여점이 전시돼 있다. 칠보공예와 천연염색, 도자기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한 체험당 비용은 1만원 정도이다.

잔디가 깔려 있는 바깥 마당에는 석조 조각상들이 전시돼 있다.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10월에는 옥토버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 축제에서는 독일의 풍습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서대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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