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과 9월에 관람한 연극이 어림잡아 30편이 넘는다. 대형 뮤지컬도 봤으며 소극장에서 치열하게 작업하는 젊은 연극도 봤다. 울산에서 막이 오른 다양한 공연들도 봤으며 서울 대학로에서, 밀양 연극촌에서, 거창국제연극제에서도 공연을 봤다. 숱한 연극 속에서 연극판을 떠나지 않고 땀 흘리는 선배를 만나면 울컥 눈물이 나기도 했으며, 새롭게 시작하는 젊은 후배들을 보면 괜히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연극을 한다는 것은 독립운동과 같다는 어느 노 선배의 말이 새삼 기억났기 때문이다.

연극을 한다는 것은 어렵다. 우리나라 연극인들이 연극작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는 손가락으로 꼽기 힘들다. 극소수의 뮤지컬 스타배우들을 제외하고는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일부 배우들, 국립·시립의 단원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아니 절대 다수가 최저 생계비도 안 되는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연출가들은 학교에 적을 두고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대학로에서 2개월 공연하고 받는 출연료가 50만원일 경우도 있으며 괜찮아야 200만원이다. 200만원을 받는다고 해서 한달에 100만원 수입이 아니다. 연습을 2개월 하니 월 50만원의 수입이다. 이쯤 되면 독립운동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래도 막은 오른다. 오늘도 우리나라 공연장 곳곳에서 연극은 막이 오른다. 서울 대학로에서 하루에 막이 오르는 연극 공연만 40여편이 넘는다. 그러니 전국적으로 막이 오르는 공연은 그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다.

연극인들은 술도 많이 마신다. 울산도 그렇지만 서울의 대학로 술집에는 공연이 막이 내리는 오후 10시 이후가 되면 날이 새도록 술을 마시는 연극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한잔 술로 힘든 작업을 씻는 것인지, 아니면 그날 공연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하는 것인지 하여튼 술을 많이 마신다. 20대의 젊은 청년에서 칠순 고령의 배우도 술을 마신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 몸이 버티는 것을 보면 놀랍다 못해 경이롭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디오니소스, 즉 바커스는 다산과 풍요의 신, 술의 신이지만 연극의 신이기도 하다. 연극의 신이 디오니소스라 그런지 다른 예술장르에 비해 연극인들은 술이 세다. 그리고 디오니소스 탄생 자체가 비극적이라서 그런지 연극은 비극이 많다. 그리고 디오니소스의 축제행렬처럼 연극인들은 끝없이 흘러가고 있다. 물이 고이면 썩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듯 연극인들은 한곳에 고여 있지 않는다. 흐르는 강물처럼 바다로 흘러간다. 한 작품이 막이 내리면 또 다른 인물과 또 다른 무대와 만나면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그 흐름의 힘의 원천은 관객이다. 연극의 3대 요소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관객, 그 관객들로 인해 연극은 막이 오른다.

지면을 통해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제발 공짜 관객들이 아니었으면 한다. 공짜 관람, 초대권 관람은 연극인들에게 어린 시절 공포의 대상이었던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다. 연극 뿐만 아니라 공연문화에 초대권과 공짜관람이 사라지길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 연출가·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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