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관련 자료를 집대성해 놓은 곳이다. 전문적인 지식을 얻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하지만 박물관 탐방은 자칫 지루해지기 쉽다. 역사박물관 위주로 구성된 그동안의 우리나라 박물관은 일반인들과는 거리감이 컸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비슷한 유물들은 전문가가 아니고는 가치를 찾아내기도 어렵다. 재미있는 박물관은 없을까. 박물관도 점점 전문화되어 가고, 그만큼 볼거리도 많아지고 있다. 복권박물관, 초콜릿박물관, 축구박물관 등 전국에 다양한 박물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쾌한 마음으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박물관을 찾아나선다.

무덤이라는 다소 찜찜한 공간이 즐거운 나들이 장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곳이 바로 김해시 대성동고분박물관이다. 이름만으로는 딱딱한 역사박물관에 지나지 않을 것 같지만 전시방법에 있어 관람자 모두가 체험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어린이들에게도 호기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한바퀴 돌고 나오면 '머리 복잡하고 다리만 아픈' 역사박물관과는 단연 차별화된다.

마치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호랑이 모양을 한 고대 유물. '손대지 마세요'가 아닌 '만져보세요'라고 적혀 있는 것부터 새롭다. 조심스레 손으로 움켜쥐려니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다. 눈에는 보이는데 손에는 잡히지 않는다. 마술거울이다.

해골이 등장해 1천500여년전 무용담을 재치있게 들려준다. 해골은 "나는 금관가야시대 왕족이었지. 전투 중 장렬히 전사했단다"라고 말하며 나무로 만든 관을 자신의 무덤이라고 알려준다. 아울러 해골은 무덤에 관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 설명이 간단 명료하고 재미있어서 유치원생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인다.

1천500여년의 시간을 거슬러 무덤 복원을 통해 금관가야인들의 삶을 재현해놓은 대성동고분박물관은 이렇게 재미있다. 지상 1층으로만 된, 큰 규모는 아니다. 하나의 거대한 무덤에 들어서는 것과 같다.

'도입의 장'은 체험공간이다. 손으로 금관가야 시대의 깨진 토기를 만져보고 전시된 모형 기마를 타볼 수도 있다.

이어 '개관의 장'에서는 금관가야 무사들의 모습을 복원한 인형들과 만난다. 무사들은 금관가야인들의 묘에서 발굴된 사람의 뼈를 토대로 복원한 것이다.

신분이 상승할수록 복장과 손에 든 무기에 차이가 있다. 낮은 신분의 무사는 평상복 차림을 하고 창만 들고 있다. 같은 복장이지만 가슴을 보호하는 가죽 전투복을 덧두르면 그 보다 신분이 높다.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방패까지 들면 높은 신분이다. 부메랑 문양을 새긴 방패를 들고 비단으로 된 전투복에 창이 아닌 칼까지 든 무사는 최상위계층이다. 목숨은 다같이 하난데 죽음 앞에서도 이렇게 차이를 두는 게 현실인가 싶다.

생김새도 크게 두가지다. 얼굴의 가로 면적이 넓고 코가 펑퍼짐하며 키가 작으면 남방계 무사다. 얼굴선이 날카롭고 코가 오뚝, 잘생긴 무사는 북방계다. 요즘의 기준으로는 북방계가 미남인 셈이다.'북남 남녀(北男南女)'였던가.

무덤을 그대로 복원한 '고분의 장'. '대성동1호 목곽묘'다. 경주 천마총과 같은 양식으로 무덤 속을 그대로 복원했다. 죽은 사람이 누워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리는 흰 선으로 표시돼 있고 옆에는 화살, 토기, 갑옷, 말 안장, 도끼, 삽, 목걸이 등 부장품도 그득하다. 한켠에는 영상물이 마련되어 있다. 해골이 나와 무덤을 설명하는 바로 그 영상이다.

'대성동1호 목곽묘' 맞은 편에는 목곽묘를 축조하는 과정이 인형으로 표현돼 있다. 한놈은 나무를 나르고, 다른 놈은 감시하고 꾸짖는 모습이다. 제사의식을 주관하는 주술사, 삽을 들고 땅을 파는 노동자 등 표정과 동작이 제각각이라 자세히 살펴보면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금관가야는 제철문화가 발달해 일찍이 동아시아의 경제적 중심지가 된 나라. 철로 도끼를 만들어 일본이나 중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교류의 장'은 이를 표현하고 있다. 버선을 뒤집은 듯한 모자를 쓴 금관가야인들이 5분간격으로 망치로 쇠를 담금질하고, 벌겋게 불이 오른 화로에 철 덩어리도 집어넣는다. 화로에 불을 더 세게 지피기 위해 풀무질을 하고, 제련된 도끼를 네모난 상자에 10개 들이씩 포장하고, 완제품을 배에 실어나르는 등 모두가 바쁘다.

실내 전시관을 나서면 고분발굴현장인 구릉이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갈대가 우거진 발굴지를 지나면 '노출전시관'과 만난다. 최초의 왕묘라고 할 수 있는 목곽묘를 발굴당시의 원형그대로 복원·전시해놓았다.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관이다.

대성동고분박물관은 진품보다는 복원품이 사실상 더 많다. 하지만 금관가야인의 생활을 이해하는 데는 더없이 도움이 된다. 때로는 익살스럽고, 때로는 진지한 모습의 인형으로 복원하고 3D영상과 홀로그램까지 멀티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전시기법이 눈으로 보며 즐기고, 귀로 들으며 또 한번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어느새 금관가야의 문화를 기억 한 편에 담게 되는 것이다.

대성동고분박물관(055·331·2357~8)은 오전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어놓는다. 1월1일과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관람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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