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간월산에 다녀왔다. 가을이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인 탓인지 단풍이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았다. 차를 타고 산으로 접근해가는 동안 먼눈으로 바라본 산자락은 울긋불긋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는 단풍은 어느새 떨어지는 중이었다.

작천정을 지나 작쾌천을 끼고 올라가는 길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온천단지 개발로 한창 공사가 진행될 때는 눈맛이 영 어지러웠고 공기도 좋지 않았는데 몇년 새 다시 좋아진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간월산의 품으로 들어서자 공기는 너무도 상쾌했다. 멀리 대전에서 찾아온 산악회도 있었다. 산길도 오붓했고 계곡의 물도 맑고 물소리는 청량했다. 계곡 가에는 막걸리를 파는 상인들이 있었지만 물을 더럽히지는 않았는지 물살이 싱그러웠다. 미나리와 도토리묵도 맛있었다. 불법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산행에서 이만한 운치도 없으면 또 무슨 재미랴 싶었다.

산행길에는 쓰레기도 거의 없었다. 작은 과자 봉지들이 있긴 했으나 잠시 허리를 굽혀 주으면 그만이었다.

깨끗한 산길을 방해하는 것은 오히려 산악회들이 나뭇가지에 걸어놓은 산길안내표지 깃이었다. 색깔도 울긋불긋한데다 비와 햇살에 바래 보기도 좋지 않았다. 헤매기 쉬운 위치에 리본을 걸어 산길을 안내한다는 좋은 목적으로 시작했으나 어느새 산악회 홍보용이 되고 만 것이다. 모 산악회는 걸지도 않고 아예 바닥에 놓고는 돌멩이로 눌러 두었다.

그래도 무더기로 쓰레기가 쌓여있거나 고기를 구워먹는 볼썽사나운 장면은 없었다. 다행이라 생각할 즈음, 하산 막바지에 소주병 등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 2개가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다 내려왔는데 조금만 더 가져가면 될 것을 왜 거기 버리고 갔는지 알수가 없다.

산을 오르는 즐거움을 모두가 나누어 갖기 위해서는 모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간월산을 비롯한 영남알프스는 울산의 큰 재산이다. 정명숙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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