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는 대표적인 '공룡능선'이 3곳 있다. 신불공룡(칼바위)과 간월공룡, 천성공룡 등이 그것이다. '공룡'이란 산악인들 사이에는 '릿지'로 표현되는데, 공룡의 등처럼 능선이 울퉁불퉁한 암릉을 말한다.

천성공룡은 가을 단풍산행지로는 영남알프스 일원에서 으뜸으로 자주 꼽힌다. 그만큼 아기자기한 능선과 깊은 계곡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천성공룡 산행은 내원사 입구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주차장 맨 안쪽 다리를 건너 호젓한 평지를 걷다 넓은 계곡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두번 건너면 바로 공룡능선의 출발점이다.

능선은 초반부터 체력을 시험한다. 가파른 오르막에 암벽까지 가로막는다. 그렇지만 거친 호흡만큼이나 발밑으로 빠르게 펼쳐지는 풍광은 산행의 기쁨을 두배로 키워준다.

천성공룡의 봉우리는 9개다. 하나를 넘고나면 또 다른 모양의 봉우리가 나타나고, 그 봉우리를 넘고나면 또 다른 절경이 굽이굽이 펼쳐져 있다. 봉우리마다 바위가 보석처럼 박혀있고, 그 위로 단풍이 붉게 물들어가는 모양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왼쪽에는 천성산 정상이 아득하게 보이고 그 깊고깊은 계곡 사이에 암자들이 소복소복 들어있다. 노전암, 대성암, 안적암, 조계암···.

집북재까지 넉넉잡아 2시간30분. 원효대사가 화엄경을 설법하기 위해 북을 쳐서 천명의 제자들을 불러모았다는 집북재에서 등산행렬은 왼쪽 계곡으로 내려간다. 넓은 빈터가 있어 점심식사하기 적당하다. 곧장 가면 천성2봉까지 가서 법수원 쪽으로 내려갈 수도 있지만 만추를 느긋하게 감상하기에는 해가 너무 짧다.

왼쪽으로 내려가 만나는 계곡이 산하동 계곡이다. 하류쪽으로 내려갈수록 마당같은 반석 위로 맑은 물이 넘치고, 단풍색 또한 짙어진다. 노전암 앞 상리천 계곡에 다다르면 그냥 주저앉고 싶을 정도의 '선경'이 펼쳐진다. 이런 계곡이 어찌 이 곳에 숨어 있었을까. 감탄사 외에는 말이 오히려 구차스럽다.

한번 마음을 뺏긴 등산객들은 출발지점으로 되돌아오는 발걸음 내내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초겨울 날씨에 낙엽이 함박눈처럼 떨어진다. 곧 앙상해질 공룡능선과 상리천 계곡이 벌써부터 아쉽고 그립다. 글·사진=산유회(www.iphoto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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