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얼굴 때문에 빛바랜 능력

군자는 관상을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방통(鳳雛)을 통해 사람의 얼굴을 보고자한다.

남녀가 서로의 배필을 구할 때 남자는 어리석게도 여자의 외모를 보는 경향이 많고, 여자는 남자의 능력과 굳센 의지를 본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날 때 이미 타고난 얼굴에다 자신이 만들어 가는 얼굴로 살아간다. 마흔 이전까지는 태어난 얼굴로 살지만, 그 이후에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얼굴로 산다고나 할까.

어두운 과거사는 비단포대에 담아 감출 수는 있어도 살아온 얼굴은 속이지를 못한다. 얼굴은 그 사람, 마음의 거울이니 살아온 세월이 손금 보듯이 환하게 그의 얼굴에 나타나는 것을 관상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의 눈에도 보이는 것이니까.

방통은 추남이었다고 한다. 잘생기고 못 생긴 것이 인생의 운명에 무슨 영향이 있을까만, 얼굴을 보고 성격과 심정을 판단하기도하고 수명의 길고 짧음과 복과 화를 예측하기도 하니 말이다. 봉추의 어렸을 적 성격이 소박하고 우직하여 그의 학문이 뛰어남을 안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사마휘는 그를 일컬어 강남의 선비 가운데 일인자라고 하였고, '복룡(伏龍), 봉추(鳳雛)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만 얻어도 천하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유비현덕에게 말했다.

적벽대전 당시 방통은 강남에 있었다. 공명이 주유의 죽음에 조문을 간 것은 하나의 핑계이고 공명도 이미 봉추의 학문이 뛰어남을 잘 알고 방통을 만나러 간 것이었다. 방통의 연환계가 아니었다면 주유가 적벽대전에서 그렇게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손권은 평소 주유를 매우 좋아하였고 방통을 경멸하였다. 방통의 얼굴을 보고 그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며 방통을 크게 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안타깝게 생각한 노숙은 소개장을 써 주면서 유비에게 가서 크게 쓰이라고 권했다.

그는 후에 유비에게 위탁하여 제갈공명과 함께 군사중랑장을 지내며 유비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그는 유비를 보좌하여 유장을 공격함으로써 익주를 취하려 하였다. 유비와 유장의 연회에서 방통은 위연을 시켜 검무를 추다가 유장을 찌르라고 했다. 그러나 유비의 인간적인 약점인 결단력 부족으로 만류하여 헛사로 돌아간다. 군웅이 활거하는 난세에 무엇이 정의이며, 자비이며, 치욕인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순간이다.

그 이후 낙성을 치기위해 유비와 방통이 출전하자 갑자기 방통의 말이 하늘로 솟구치며 날뛰는 바람에 방통이 말에서 떨어졌다. 유비가 황급히 방통을 부축하고 말의 고삐를 갑자 말이 온순해졌다. 그리하여 유비는 방통과 말을 바꿔 타고 방통은 소로로, 유비는 대로로 해서 낙성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방통은 낙봉파(落鳳坡)에서 유장의 부장인, 장임의 군사에게 무수히 많은 활을 맞고 36세에 운명하였으니 만들어가는 얼굴 이전에 태어난 얼굴로만 살다 갔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는 인륜을 강조했고 재주가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비명에 간 것은 그의 용모가 추했기 때문에 관상학적으로 요사할 상은 아니었는지, 그렇다면 주유는 그렇게 빼어난 미남이었다고 하는데도 천수를 다하지 못하였으니 방통의 죽음은 그의 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만상(萬相)이 심상(心相)만 같지 못하고 이 세상 명(命)이 아닌 것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일에 삼가고 또 삼가는 것만이 자신의 명에 충실한 것이라 본다.
글 한분옥 수필가 그림 박종민 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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