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본고장서 펼치는 탈춤의 모든것

사철 가운데 겨울과 여름철은 축제의 비수기이다. 세상 살아가는 이치가 축제에서도 예외일 수는 없는가 보다. 관객이 없는 축제는 존재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겨울 중에서도 12월은 특색을 갖춘 선뜻 내세울만한 축제가 없다. 전국 1천여개의 축제 가운데 12월에 열리는 것은 30여개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축제라고 손꼽을만한 것은 없다. 지난 10월에 열린 우리나라 3대 최우수축제 가운데 최고라고 일컬어지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소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탈은 한국적인 관점에서 보면 재앙으로서의 의미와 세상의 부조리한 모습을 더 잘 보여주는 덧뵈기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단다. 덧뵈기로서의 기능이 승화되어 탈춤을 추게 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탈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덧뵈기에 있는 셈이다.

안동에서 '국제탈춤페스티벌'이 올해로 아홉번째 열렸고, 성황을 거두고 있다. 탈춤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우리나라 대표축제로서 기능하고 있다. 그건 우리나라 탈의 원류가 바로 '안동 하회탈'이기 때문이다. 고려 중기로부터 시작되었으니 역사가 무려 800년이나 된다. 지난 1968년에는 우리나라 탈 가운데 유일하게 국보 제121호로 지정되었다.

올해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지난 10월초에 치러졌다. 축제주제는 할미탈의 이미지를 나타낸 '할미의 억척'. '신명의 마음으로 한바탕 웃음을 모든 이에게 보여주자'는 뜻을 가진 '세계도 하나 신명도 하나'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15개 분야 270여개 단위행사가 열렸다.

축제는 첫날부터 달아올랐다. 하회마을 화산서낭당에서 열린 강신마당으로부터 시작된 뒤 집돌이와 길놀이, 서제 등이 차례로 이어져 안동고을을 온통 들썩이게 만들었다. 올해 축제에는 때맞추어 안동에서 열린 제3회 국제민간문화예술교류협회 세계총회에 온 78개국 대표들도 참관하여 한국미의 웅숭깊은 맛과 멋에 찬사를 나타냈다.

축제의 핵심은 15개 한국탈춤과 15개국이 참가한 외국탈춤, 4개 극단의 마당극.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와 외국탈춤까지 한꺼번에 한 자리에서 만나는 쉽지 않은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연희자나 관객이나 모두 신명에 들뜬 모습에서 탈춤마당이 대동마당으로서 달아올랐다. 하물며 정감이 흘러넘치는 하회마을 만송정 솔밭에서도 탈춤마당이 펼쳐져 관객들에게는 축제의 나날은 즐거움, 그 자체였다.

한국탈춤으로는 우리 탈춤의 다섯 갈래로 꼽히는 해서탈춤계의 봉산, 강령, 은율탈춤을 비롯해 산대놀이계의 송파와 양주별산대놀이, 오광대계의 통영, 고성, 가산오광대놀이, 야류(들놀이)계의 수영, 동래야류, 서낭신제탈놀이인 하회별신굿탈놀이와 강릉관노가면극, 그리고 남사당놀이와 북청사자놀이, 예천청단놀음이 공연되었다. 또 케냐와 요르단, 베네주엘라, 브라질, 불가리아 등 15개 외국의 고유탈춤과 국내의 대표적인 4개 마당극단이 펼치는 '별유천지비인간' 등도 관객들에게 환한 웃음을 선사했다.

이들 행사 외 부대행사도 튼튼하다. 탈춤페스티벌이 연속 4년 최우수축제로 선정된 이유의 하나이기도 하다. '선유줄불놀이'와 '탈과 마임'이 대표적 부대행사다. 현대식 불꽃놀이에만 익숙한 관객들에게 선유줄불놀이는 가히 환상의 극치다. 하회마을 부용대 절벽에서 화천으로 연이어 떨어지는 줄불, 그렇게 옛날식 불꽃놀이를 보며 시월의 멋진 가을밤을 하회에서 지새웠다. '탈과 마임'은 클라임 마임과 저글링, 포이, 탈몸짓극에다 풍선마임, 모바일마술 등으로꾸며졌다.

탈춤따라 배우기와 장승깎기에다 마스크댄스경연대회, 전국 창작탈공모전과 퍼포먼스, 어린이탈경연대회, 풍물잡색경연대회 등 관객 참여행사와 경연행사가 내실있게 펼쳐진 것도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 인터넷 세대인 젊은층을 겨냥한 행사는 아직은 디카폰카콘테스트와 휴대폰 그림나라 등 서너 가지에 불과했지만 창의력이 돋보였다. 세계탈전시회와 한국과 중국민화전시, 안동선비음식을 주제로 한 '전통과 향기 특별전' 등도 열렸다.

시대별로 편중되지 않고 종교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안동의 고유민속인 성주풀이와 월월이청청, 한두실 행상소리, 내방가사경창, 차전놀이, 놋다리밟기, 저전초매기시연, 도산별시 등도 좀처럼 보기 힘든 행사다. 덧붙여 헛제사밥과 건진국수, 간고등어 등 독특한 안동음식을 맛보는 것도 축제의 빼놓을 수 없는 진수이다.

그러나 주행사장 규모에 비해 장터의 비중이 커 축제이미지를 반감시켰으며, 일부 행사는 과감한 손질이 필요한 것으로 보여졌다. 자잘한 것까지 합하여 270여 가지나 되는 행사 가운데 호응도가 낮은 행사는 없애는, 집중과 선택이 필요할 것 같다.

지난 1997년 시작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35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안동민속축제에서 비롯되었지만 이제는 되레 안동민속축제를 부대행사로 거느리고 있을 만큼 성장했다.

올해 축제기간에는 며칠간 비가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90여만명의 관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7개 국어로 된 홈페이지를 만들어 세계인을 대상으로 홍보를 하고 있을 뿐아니라 올해는 서울에서 안동까지 관광열차를 운행하여 꽤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내년 열번째 축제를 위해 벌써부터 양반탈을 소재로 한 '캐릭터'를 공모하고 있다. 축제를 문화산업으로 더욱 발돋움시키겠다는 안동시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이제 안동만의 문화상품이라는 한계를 넘어 우리나라 문화상품으로서 기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동시가 추진하고 있는 하회탈과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선정돼야 함은 물론 탈춤페스티벌과 안동권에 산재한 문화유산을 긴밀히 연계한 새로운 문화관광상품을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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