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다. 아이들에게 여행도 시켜주고, 훌륭한 유적지도 탐방하게 해주고 싶지만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에 시간이 없다.

이럴 때 추천하고 싶은 곳이 한나절에 갔다올 수 있는 경주 남산이다.

용장골에서 금오산 정상을 거쳐 칠불암을 구경한 뒤 다시 용장골로 내려오는 코스. 이 코스를 둘러보면 짜릿한 산악등반과 유서깊은 신라유적을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다. 여기다 가족간의 사랑과 건강을 얻었다면 그건 덤이다.

용장골에서 보면 남산은 금오산(471m)과 고위산(494m)을 양대 축으로 부채살처럼 병풍을 치고 있다. 이 부채살 속에는 곳곳에 다이아몬드 같은 보물들이 박혀있다.

용장골은 이 부채살 속으로 들어가는 관문.

용장골 밋밋한 계곡을 따라 오르다 산 기슭을 한 번 꺾어돌면 마침내 신라천년의 웅장한 불교세계가 한눈에 펼쳐진다.

설잠교 앞에서 머리를 들면 허연 암벽들이 층층을 이루면서 아득한 꼭대기에 탑 한기를 떠받치고 있다. 이 탑이 용장사지 3층석탑(보물 186호).

탑까지는 온통 바위 투성이다. 때로는 밧줄을 타고, 때로는 암벽을 돌아 아슬아슬한 산행을 제법 해야 한다. 밀어주고 당겨주면 동행의 정이 새롭다.

용장사지 3층석탑에 이르기 전에 꼭 보아야 할 것이 이른바 '목 없는 불상'이다. 삼륜대좌불(보물 187호) 위에 삭풍을 맞으며 앉아 있는 목없는 불상을 보면 문득 쓸쓸한 느낌마저 든다. 그 옆 암벽에는 마애석가여래좌상(보물 913호)이 불상을 자애롭게 바라보고 있다.

다시 바위를 타고 20여분, 마침내 용장사지 3층 석탑이다. 불교계에서는 바위산은 수미산, 탑이 앉은 바위산 꼭대기는 사왕천, 탑의 상층기단은 도리천, 그 위층은 부처님의 나라라고 설명하고 있다.

용장사지 3층 석탑에서 금오산 정상에 올랐다가 돌아나와 이영재를 타고 고위산 방면으로 향한다.

어지간히 걸었다 싶을 때 칠불암(보물 200호)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칠불암은 마애불상이 7곳에 새겨져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 칠불암 마당에 들어서면 병풍같은 바위에 3기의 석불이 새겨져 있고, 그 앞 사각형 돌기둥의 4면에 또 4기의 석불이 새겨져 있다. 마치 부처들이 사는 동네 같다.

칠불암에서 다시 이영재로 올라와 용장골로 하산하면 한나절 해는 뉘엇뉘엇 넘어간다.

글·사진=산유회(www.iphoto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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