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카이거 감독. 영화 팬들이라면 그의 작품을 한 편이라도 보지 않은 이 없고, 영화 배우라면 한번쯤 그와 같이 작업하고 싶을 정도로 세계 영화계에 명성이 자자한 '스타 감독'이다. 거기에 어느덧 한국 영화계의 대표 주자가 돼 있는 장동건, 일본의 대표 선수인 사나다 히로유키, 세계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여배우 장바이즈까지 가세했으니 더 이상 화려할 수 없을 정도의 진용이다.

그러나 고개가 갸웃해진다. '운명의 판타지'는 컴퓨터 그래픽이 눈에 잡힐 정도인 화면 속에서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드라마는 깊숙한 갈등을 유발하지 못한 채 눈에 보이는 연결 고리로만 힘겹게 엮인다.

한국 관객과 중국 관객의 취향이 확연히 다르다는 게 이 영화를 통해 새삼 확인된다. 한국 관객은 중국, 일본과 달리 탄탄한 드라마 구조를 원한다. 중국에서는 개봉 첫날 '타이타닉'을 제치고 최고 흥행 기록을 다시 썼지만 한국에서는 얼마나 먹힐지 모를 일이다.

헐벗고 굶주린 꼬마 칭청(장바이즈 분)은 빵을 얻기 위해 시체를 뒤진다. 운명의 여신은 칭청에게 천상의 아름다움과 함께 천하의 권력과 금은보화를 주지만 사랑은 얻지 못하게 한다. 쿤룬(장동건)은 자신이 언제부터 노예였는지도 모른다. 그저 빛보다 빠른 발로 무작정 뛰며 전쟁터에서 주인을 구할 뿐이다. 그가 모시게 된 새 주인은 그의 빠른 발을 눈여겨본 대장군 쿠앙민(사나다 히로유키).

쿠앙민은 자신만큼이나 끝없는 야심을 가진 북공작(셰팅펑)의 위협으로부터 왕을 구하기 위해 성을 향해 가다 예기치 않은 습격을 받는다. 자신의 운명과도 같은 붉은 갑옷을 쿤룬에게 입힌 채 왕을 구하라는 명령을 내리지만, 대장군 옷을 입은 쿤룬은 칭청을 구하기 위해 왕을 죽인다. 칭청은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폭포까지 뛰어든 대장군에게 사랑을 느낀다. 북공작을 호위하는 자객에게서 자신이 설국 출신임을 알게 된 쿤룬은 자신의 운명과 맞서 칭청의 사랑을 얻으려 한다.

영화 초반 장동건 스스로 "한국 관객은 충격적일 것"이라 표현했던 쿤룬의 달리는 모습이 생경하듯, 단순한 주제가 시종 '운명'이라는 무거운 주제로 표현되는 '무극'의 영화 기법 역시 생경하긴 마찬가지다. 2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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