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백운산

2월 중순, 눈을 찾아 설산 산행을 하기도 그렇고, 꽃을 찾아 꽃 산행을 하기도 그런 어정쩡한 시기다.

이럴 때 산행의 재미를 소록 소록 이끌어낼 수 있는 곳이 백운산이다. 꽃도 눈도 없지만 멋드러진 암벽이 화려할 정도로 눈부신 곳이다.

백운산은 산 전체가 한조각 흰구름 같은 바위로 이뤄졌다 해서 이름붙여졌다.

울산에서 석남터널을 지나 오른쪽 호박소 팻말이 있는 곳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5분정도 내려가면 도로변 철망 옆에 수많은 시그널들이 펄럭이며 등산객을 맞는다. 여기가 산행의 초입이다.

산행 입구부터 밧줄을 타야하는 예사롭지 않은 산세에 '제대로 찾아왔지만 쉽지는 않겠다 '는 생각이 먼저 든다.

구들장 같은 돌판이 겹겹이 쌓인 틈을 지나 이리 뛰고 저리 뛰길 30여분. 주변의 풍광이 서서히 바뀌면서 바위가 우루루 일어선 암벽지대로 진입하게 된다.

줄지어 선 암봉의 키는 갈수록 높아지고 덩달아 밧줄의 길이는 더욱 길어진다.

어느 순간, 왼쪽으로 초대형 병풍같은 웅장한 암벽이 '깜짝쇼'처럼 나타난다. 여기가 바로 전국의 클라이머들이 아끼는 '백운슬랩'.

백운슬랩을 감상하며 암릉을 타고 걷다 마지막으로 거대한 암봉을 타고 오르면 수백길 낭떠러지를 사방으로 낀 바위마당이다. 여기서 한 숨 돌리고 나서 30여분 능선길을 가면 정상이다.

하산길은 구룡폭포 방면이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면 구룡폭포는 산허리가 뚝 잘려 내려간 단층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폭포에 다다르기 20여분 전부터 쏴~하는 물소리에 가슴이 시원하다.

구룡폭포는 30여m는 족히 넘을 법한 암반이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일어서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 위로 미끌어져 내리는 옥수는 하늘에서 내려온 듯 비취빛 하늘과 맞닿아 있다.

구룡폭포에서 첫 출발지까지는 돌아오는데는 15분 정도.

화려한 꽃도 눈도 보지 못했지만 출발지로 돌아오면 웬지 금강산 만물상이 떠오른다.

글·사진=산유회(www.iphoto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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