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축을 울리는 뜨거운 함성', '박진감 넘치는 힘의 대결', '통쾌한 한판 승부'. 지난 3월11일부터 15일까지 닷새동안 '청도소싸움축제'가 열렸다.

물 터지 듯 열리는 봄날의 그 많은 축제 중에서도 절정의 건강미를 맛보게 하는 이만한 축제도 없다.

'2006 청도소싸움축제'는 3월 11일부터 15일까지 닷새동안 청도군 이서면 서원리 서원천에 만들어진 특설경기장에서 열렸다. 4부문 40가지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소싸움축제는 싸움소들이 서로의 힘과 기술을 겨루는 뜨거운 한판 승부의 묘미를 만끽하는 볼거리 축제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다.

주행사로는 지난해 전국 소싸움대회 8강에 든 싸움소 136마리가 출전한 체급별 소싸움과 한우왕중왕전, 국제전(한일-한미-한호주전), 로데오경기로 구성되었다.

물론 주행사라야 소싸움으로만 이루어졌지만, 싸움소들이 꼿꼿이 버팅기며 결코 물러서지 않으려는 불굴의 끈기와 불 같은 열정, 끝 간데 없는 승부사적 기질에 물씬 빠져들게 한다.

꽃샘추위가 몸을 움츠리게 하여 관객들이 자리를 뜰만도 한데도 축제장에는 묘한 긴장감과 힘과 건강미, 함성들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더욱이 몸무게가 무려 1톤이나 되는 황소들이 안간힘을 다하며 승부를 겨루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관이다. 닷새동안의 열전 끝에 최고의 싸움소로 의령의 꺽쇠와 창녕의 독수리, 김해의 혹부리 등이 뽑혔다.

한일전은 열기로 넘쳐났다. 한우와 일본 소가 용호상박의 대결을 벌이는 모습은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게 한다. 한우가 뿔걸이와 머리치기로 일본소를 밀어붙이는데도 도리어 밀리자 관객들의 안타까운 탄식이 경기장에 가득하다.

서로 머리로 상대방을 가로막기 때문에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한다. 그래서 은연중에 침을 흘리게 되고 똥오줌도 저절로 싸기도 한다. 뿔과 머리에 피가 낭자하다. 그런데도 물러서질 않는다. 저게 바로 황소고집이 아닌가. 40여분을 버티다가 더 견디기 힘든 듯 한우가 꽁무니를 뺀다.

로데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미국카우보이협회 회원들이 한우를 타고 로데오시범을 펼친다. 힘이 센 한우의 등에서 1분을 채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혼쭐이 난다. 경기장에는 한동안 웃음꽃이 피어오른다.

장내 아나운서의 입심도 덩달아 소싸움축제를 생동감 넘치게 한다.

주인공은 청도읍에 살고 있는 차정학씨.

차씨는 10년째 축제장에서 소싸움 판세와 기술을 특유의 재치와 입담으로 걸찍한 경상도 사투리로 풀어놓아 관객들을 웃겼다, 울렸다 한다. 이런 재미들이 어우러져 관객들은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린다.

부대행사로는 공연행사와 전시체험행사, 청도명품관 운영 등으로 꾸며졌다.

이들 프로그램 가운데 눈여겨 볼만한 것은 한우를 '카우'와 '붕가'라는 이름을 붙여 캐릭터로 만든 테라코타와 탁본, 칼라믹스체험이었다.

또 다른 체험프로그램으로 소달구지체험과 소여물먹이기체험, 전국에 널리 알려진 청도특산품 감을 이용한 감물염색체험도 마련되었다. 아이스홍시와 감 와인, 감 한과, 감잎차 등 감으로 만든 식품의 시식회와 농특산물 판매장도 열렸다.

전시행사로는 농경생활전시관과 대장간전시관, 우리나라 새마을운동의 시발지였던 청도새마을운동전시관이 운영되어 우리나라 농경문화의 역사를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또 소싸움역사관과 소싸움만을 다룬 그림전시회도 함께 열렸다.

청도소싸움축제는 갈수기의 하천에 축제장을 만들었기 때문에 장소로서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런데도 4천원의 입장료를 받은데다 부대행사의 운영미숙과 음식점의 난립, 난잡한 주차시설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이런 점들은 현재 건립되고 있는 상설소싸움경기장이 올 가을 완공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관객들이 즐길만한 체험프로그램의 개발과 짜임새 있는 축제운영은 보완해야 할 과제이다.

청도소싸움축제에는 올해도 닷새동안 외국인 3천여명을 포함해 모두 50여만명이 찾았다.

청도주민의 무려 10배가 넘는 숫자다.

이제 소싸움은 청도의 브랜드가 되었다. 군기(郡旗)도 소싸움을 상징하는 소뿔형태로 디자인한 것에서도 청도군의 강한 마케팅 의지를 엿볼 수 있다. .

김종경의 한국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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