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들꽃이 가득 담긴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푸성귀에 지나지 않는 것에 조심조심 물을 붓는 할머니 얼굴이 환했다. 인기척에 돌아보던 할머니가 혼잣말처럼 중얼중얼했다. "오줄없는 영감쟁이. 오매가매 보라고 또 심어 놓네. 작년카마 영 못하구마는…" 은근슬쩍 흘리는 말이 흉 보는 게 아니라 한참 어린 나를 붙잡고 자랑을 하신게다.
한평생 같이 산 부부란 저런건가? 말없이 건네는 보잘 것 없는 것 하나에도 저만큼 행복이 샘솟게 될까? 찌르르 전율이 흘렀다.
21일은 둘(2)이 합쳐 하나(1)가 된다는 부부의 날이다.
어느 설문조사에서 남편들은 "난 당신을 믿어요"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나. "나, 당신 믿는거 알죠?" 지난 밤 슬며시 건넸다. 아내가 제일 듣고 싶어라 하는 "당신 많이 힘들지?"까지는 아니더래도 '피식~'하는 엷은 미소 쯤은 되돌아 올 줄 알고 미리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누가 경상도 사나이 아니랄까봐. "니 또 오늘 뭐 샀나? 함 보자 "하고 딴청을 부린다. 덩치에 안 어울리게 부끄럼이 많은 남자라는 걸 짐작하면서도 섭섭해진다.
이심전심이 통하려면 아직 연륜이 부족한가. 어떻게, 얼마나 더 살아야 노부부처럼 바라지 않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살게 될까. 정답을 아는 이가 있기는 있는 걸까.
객원기자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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