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 개조한 '리무진' 타고 들어가니
보이는 곳마다 바지락·모시조개·게 천지
갯벌체험 지도교사 설명 들으며 공부도

동해안에 사는 울산사람들에게 갯벌은 낯설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바지락도 캐고, 게도 잡는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전북 고창군 심원면 하전갯벌. 바지락을 한 바구니 가득 캘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긴가민가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바지락 뿐 아니라 까만 모시조개와 작은 게까지 보고, 잡고, 놓치기를 질리도록 되풀이 할 수있었다.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른들에게도 어린아이마냥 신나고 즐거운 놀이다.

"어! 앞으로 가는 게도 있네?" "우와~고동도 헤엄을 잘 쳐요?" "느림보 지렁이가 왜 이렇게 빨라요?"

갯벌을 처음 본 아이들은 마냥 신기하다. 당연히 질문이 쏟아진다. 갯벌이 낯설긴 어른도 마찬가지니 대답 대신 "그러게~"하고 맞장구만 친다. 현장 갯벌체험 지도교사가 "애 데리고 온 부모가 돼 가지고, 아~ 공부 좀 하고 와요~"하며 구수한 사투리로 넉살을 부린다.

"이 게는 앞으로만 가지? 밤게라고 한다. 집게를 사용해서 그래" "좁쌀고동은 갯벌의 청소부다. 조개가 죽으면 젤 먼저 냄새맡고 헤엄쳐 오지"

이 곳 사람이라는 지도교사는 그 밖의 질문에도 술술 막힘이 없다. 힘도 덜 들면서, 갯벌생물도 다치지 않게 갈퀴를 사용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고요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막상 뻘 속에 발을 디디니, 눈 닿는 곳마다 꿈틀거리고, 도망가고, 물을 튕겨댄다. 공연히 마음만 바쁘다. 진득하니 앉아서 뻘을 헤집어야 할 것을. 이것도 신기하고, 저것도 궁금하니 이리저리 기웃거리느라 난리다.

욕심에 겨운 아이들은 저보다 많이 캔 친구 때문에 심술이 났는지. "야! 여기서부터는 다 내 땅이다" 줄을 그어놓고는 곁에 오기만 해도 눈을 부라리며 억지를 부린다. 곁눈질을 하더니만 결국 아빠가 캐놓은 것을 은근슬쩍 제 통에 옮겨담고는 푸짐한 웃음을 머금는다.

한 아이는 정신 없이 조개를 캐다가 갑자기 운다. 한 곳에 너무 오래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뻘에 빠져버린 것이다. 걸음을 뗄 수 없게 된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으앙' 울음보다. 보드라운 느낌이 묘해서 트위스트 추듯 발바닥을 비벼대면 특별히 무른 곳이 아니라도 어느 새 발목이 잡히고 만다. 애들은 애들인가보다. 땅뺏기를 할 때는 언제고 장화가 묻힌 언저리를 파내주며 도와준다고 또 한번 난리다.

어느새 1시간 30분여, 함께 체험여행을 다녀왔던 세 가족 모두의 것을 합치니까 조개는 10kg 남짓. 동네 유일한 민박집(019·611·5391)에서는 밤늦도록 바지락 삶는 냄새가 진동했다.

###여 행 수 첩####

****찾아가는 길

울산에서 고속도로로 진입, 마산 방향으로 남해고속도로를 달린 뒤 순천에서 호남고속도로 진입, 백양사IC로 빠져나온다. 고창 방향으로 좌회전해서 30여분 달리는 동안 선운사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을 따라가면 쉽다. 고창읍내, 고인돌 유적지(19번 군도)를 지나 탑정삼거리에서 22번 국도로 좌회전한다. 10분 정도 더 달리면 우측에 갯벌 표지판이 보인다. 울산~하전갯벌까지 370여km. 4시간 30분 소요.

고창에는 고찰 선운사가 있다. 선운사는 동백으로만 유명한 곳이 아니다. 붉은 꽃무릇이 피는 여름날 선운사도 인기다. 주차장~선운사~도솔암까지 이어지는 숲길이 마치 삼림욕장 같다.

세계문화유산 고인돌 유적지는 역사탐방코스로 으뜸이다.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위적인 느낌이 없어 더 친근하다. 드넓은 풀밭에서 아이들이 한참 잘 뛰논다.

****먹거리

민물과 바닷물이 고루 섞인 곳의 풍천장어는 지방함유량이 낮다. 느끼하지 않아서 아이들도 잘 먹는다. 선운사~하전갯벌까지 이어지는 22번 국도 주변은 온통 풍천장어 식당 뿐이다. 고창 특산품인 복분자주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1인분(1마리) 1만 4천원. 농가에서 직접 담근 복분자주 1.8L 2만5천~3만원.

****주변 볼거리

갯벌 체험은 두·세가족이 뜻을 합쳐 함께 다녀오는 것이 낫다. 5시간 정도 달려간 뒤, 땡볕 아래에서 작업을 해야하므로 아이와 함께 뒹굴 각오가 돼 있지 않으면 자칫 심심하고 지루해질 수있다. 체험의 묘미를 알지 못하고 돌아오는 일도 있게 마련. 또래 친구가 많으면 그럴 염려가 줄어든다.

밀물과 썰물 때에 따라 체험 시간이 매일 변한다. 트랙터를 개조한 일명 '갯벌 리무진'을 타고 바다로 들어가는데 물때와 참가인원에 따라 진입거리가 달라질 수 있다. 하전리 갯벌체험센터(www.hajeon.com. 063·563·0117)로 문의, 체험 시간 및 코스별 비용(7천~1만 8천원)등을 미리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홍영진 객원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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