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꿔진 조경으로 유명세…건립기간만 6년 달해
인형·영상물 이용 다양한 전시 관람객 눈과 귀 자극

숲속에 박물관, 그 박물관 안에 또 숲.

대형 버섯 휴게실, 거대한 나무에 구멍을 뚫어 만든 출입문, 실내에 꾸며진 인공 숲, 포효하는 표정이 적나라한 각종 동물 박제 등으로 꾸며진 전시실을 돌아보면 잘 정돈된 숲속을 한가롭게 걷는 느낌이다.

이색적인 숲속 박물관인 이곳은 경상북도 안동에 있는 경북산림과학박물관이다.

건립기간만 6년. 사방사업으로 푸른 산림자원을 되찾은 경상북도의 사방사업을 기념하기 위해 경상북도 산림자원종합개발사업소가 착공을 시작, 지난 2004년 5월에 문을 열었다.

어린이 및 학생 단체 관람객이 하루에도 수백 명은 거뜬히 넘고 주말이면 수천 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다.

잘 가꿔진 조경 때문에 박물관 입구에 이르기 전 탄성부터 나오는 경북산림과학박물관은 지하 1·2층 총 5천여평 규모에 4개 실내전시실 및 기획·특별전시실, 4D영상실로 구성돼 있다.

이 박물관의 특징은 모든 전시관이 구불구불한 통로로 연결돼 있다는 점. 꼭 동굴속을 탐험하는 느낌이다.

제1~4전시실은 각각 '산림의 역사와 자원', '경북의 산림', '나무의 마당', '생명과 문화의 숲'을 주제로 숲이 형성되는 과정, 나무 돌 동·식물 등 다양한 산림자원과 그 활용 사례, 호우 때 산사태를 막기 위해 산림을 체계적으로 가꾸었던 경북 사방사업의 어제와 오늘, 숲이 미래의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될 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방향을 제시하는 자료 등이 꽉 들어찼다.

이곳 박물관이 관람객의 발길을 끄는 이유는 각종 자료를 읽는 수준의 전시를 거부했기 때문.

적재적소에 글로만 설명하는 자료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이 인형, 영상물, 디오라마 전시법을 활용해 눈과 귀를 자극한다.

특히 제1~4전시실 통로 사이사이에 꾸며진 표본갤러리, 나무이야기 코너와 4D영상실, 숲속체험관 등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공간들이다.

표본갤러리에 들어서면 잎이 무성한 나무 한 그루를 중심으로 개구리, 뱀, 갈매기, 까치, 곰, 호랑이 등 수십 종의 박제된 파충류, 조류, 포유류가 각기 다른 정지 동작을 하고 있다. 개울이 흐르고 나무가 우거진 작은 인공 숲속에 있어서 그런지 여느 전시장에서 보던 박제와는 다르게 생동감이 넘친다.

까지는 '깍깍' 갈매기는 '끼룩끼룩' 소쩍새는 '소쩍 소쩍'하고 울까? 표본갤러리에는 까치, 갈매기, 소쩍새는 물론이고 청딱따구리, 직박구리, 제비, 꿩, 꾀꼬리, 해오라기, 원앙, 청둥오리, 파랑새 등 20여종의 새 울음소리를 단추만 누르면 들어볼 수 있도록 했다.

새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단추를 누른 것도 아닌데 어디서 자꾸 새 소리가 들린다. 나무이야기 코너로 이르는 길이다. 거대한 나무가 건물 2층 꼭대기까지 자라있다. 나무 주변에는 사납고 순한 짐승이 한 데 섞여 있다. 2층 전시실로 연결된 원형 통로를 걷다보면 나무집을 짓고 사는 원시 인형과 만난다. 새를 구워먹을 채비를 하는 모양이다. 입이 떡 벌어져 한 참 발길을 멈추게 한다.

4D영상실도 이에 못지 않다. 3D입체안경을 끼고 보는 영상물도 신기할텐데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다. 의자가 움직이고 영상물에 따라 때때로 바람이 불어오기도 하고 물이 튀기도 한다. 단 6분간 상영되지만 그 잔영은 6시간 이상 남을 만큼 신선하고 재밌다.

올해 1월말부터 문을 연 숲속체험관을 한 바퀴 돌아나오면 사계절을 단 번에 맛본다. 발 아래 물이 흐르는 봄코너, 발을 디디면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나도록 꾸민 여름코너, 다홍빛 낙엽으로 분위기 있게 연출한 가을코너, 동물들은 겨울잠을 자고 주위는 눈 때문에 온통 하얀 겨울 코너 등 눈이 휘둥그레진다. 겨울코너에서는 '얼음주의'라고 씌어진 곳은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밟는 순간 '뿌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푹 꺼진다.

_____여 행 수 첩_______

# 어떻게 가나

울산IC를 빠져나가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서울 방면으로 향한다. 대구를 좀 지나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남안동IC 또는 서안동IC로 나가면 된다. 서안동IC는 남안동IC보다 20㎞가량 북쪽으로 더 가야하는 대신 박물관까지 도착하는 데 시간이 조금 덜 소요되고 도로요금도 남안동IC에서 빠질 때보다 싸다. 대신 남안동IC는 꼬불꼬불한 길이 없어서 찾아가는 데는 더 쉬울 수도 있다. 두 곳다 '도산서원' 팻말을 따라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안동IC는 경북산림과학박물관 표지판이 몇 개 있어서 찾기 편하다. 3시간 가량 소요.

# 언제 가나

3월~10월은 오전 9시~오후 6시, 11월~2월은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과 1월1일, 설날과 추석은 문을 닫는다.

일반 1천500원, 청소년(13세~18세) 1천원, 어린이(7세~12세) 500원.

# 근처 볼거리

△산촌마을=박물관 바로 옆에 조성된 야외 공원이자 전시장이다. 대형 물레방아 뒤로 펼쳐진 푸른 산과 그 일대의 너와집, 굴피집, 원두막 등 복원된 옛 집과 다양한 크기의 장승, 십이지신상 조각들이 민속촌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특히 이 일대에는 여러가지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는데 원하는 코스로 산책하면서 삼림욕을 즐기는 데 아주 좋다.

△월천서당=퇴계 이황의 제자인 월천(月川) 조목(1524~1606)이 조선 중종 34년(1539)에 건립, 후학을 양성했던 곳이다. 박물관 정문에서 도산서원 가는 길 반대방향으로 500곒가량 가면 월천서당으로 가는 팻말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10여분간 중앙선도 없는 포장도로를 따라 운전해가면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앞으로 이곳에는 전통가옥, 야영장, 캠프장, 전망대, 등산로 등이 들어설 예정이지만 아직까지는 월천서당과 그 바로 앞에 있는 보호수를 보는 데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이곳에 섰을 때 눈에 펼쳐지는 야트막한 언덕과 물살이 무던히도 느린 강을 바라보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글·사진=유귀화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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