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 생태관찰·방사체험
곤충박물관 희귀종 한자리
환경·민속행사 볼거리 풍성
축제·지역관광 연계 돋보여

빛이 넘쳐나고 있다. 바른 빛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맑은 빛을 만나기도 마찬가지이다. 넘쳐나는 빛에서 정신이 바르고 맑고 고요로우면 미혹에 물들지 않고 부동심하리라. 인공이 짓누르는 시대이기에 더욱 그러리. 두 눈에, 온 가슴에 자박자박 밟혀오는 자연의 빛이 절절히 그리운 이유이다. 역설적이게도 그게 바로 빛축제를 마련한 뜻이 아닐까. 모든 사람들이 정겨운 빛축제에 마음 한 자리를 내놓을 수 밖에 없는 것이리라. 하물며 천연의 빛축제라면 일러 무엇하리.

국내 1천여 축제 가운데 빛을 주제로 한 축제는 그리 많지 않다. 더욱이 천연의 빛축제는 손가락을 꼽을 정도이다. 청정자연과 동의어인 천연의 빛축제 가운데 으뜸이 바로 '무주반딧불축제'이다. 무주의 상징인 반딧불축제는 1982년 11월 설천면 남대천 일대 반딧불이 서식지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되면서부터 비롯됐다. 한때 서식지가 파괴돼 취소되기도 했으나 반딧불이 부활운동을 통해 청정고장으로서의 명성을 되찾으면서 이제 무주의 브랜드 상품으로 성장한 것이다.

올해 열 번째 반딧불축제는 지난 6월 2~11일 열흘동안 무주 중심지인 남대천변 한풍루 어울마당과 설천면 곤충박물관 일대에서 열렸다. '자연주의가 좋다. 반딧불이와 함께!'란 주제 아래 환경행사와 민속행사 등 여섯 부문 60여개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축제는 매일 열리는 공연프로그램과 축제기간 내내 마련된 상설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공연프로그램으로는 첫날 반딧골 어울마당 등 8개 행사가 진행되는 등 매일 3개에서 많게는 8개 행사가 열렸다. 반딧골영화제와 반딧불인형극이 마련됐으며 반딧불동요제와 가요제, 전국노인솜씨경연대회, 반디컵 전국어린이축구대회도 열렸다.

상설프로그램으로는 반딧불이를 특화시킨 열여섯 가지 프로그램이 마련돼 관람객들의 큰 인기를 모았다. 반딧불이 생태와 2천여종 1만3천500여마리의 전 세계 희귀곤충표본이 전시된 반딧불이 생태관과 밤에 반딧불이 서식지를 찾는 반딧불이 관찰체험과 부화한 반딧불이를 날려보내는 방사체험회도 열렸다. 부남면 대소리에 만들어진 천문대에서는 아름다운 무주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자리도 관측할 수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또 주축제장인 남대천에 통나무와 솔가지, 뗏장으로 섶다리를 만들어 전통혼례행렬과 상여행렬, 농악놀이를 펼쳐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했다. 남대천을 가로 지른 다리에 수만개의 꼬마전구로 장식된 반디터널을 만든 뒤 밤마다 인공 반딧불을 밝혀 무주를 찾은 관광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게도 했다.

요즘 축제에서 특별히 신경을 쓰는 것이 체험행사이다. 축제 패러다임이 보는 것에서 즐기는 것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축제의 성패는 바로 우수한 체험프로그램 구성에 달려 있는 셈이다. 반딧불축제는 여느 축제보다 튼실한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었다. '반딧골 전통산업체험관'을 갖추고 크게 나눠 열다섯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관람객이 무명과 삼베, 실크짜기 시연을 보고 직접 천연염색과 목공예, 도자기, 삼베, 한지, 나무곤충, 옛놀이 물품을 만들 수 있었다. 물총과 팽이, 여치집, 버들피리, 투호, 널뛰기 등 추억의 놀이와 디딜방아와 멧돌, 절구, 모내기, 새끼꼬기 등 농경체험도 할 수 있었다. 징과 꽹과리, 퉁소, 북을 직접 연주할 수 있고, 요즘은 보기 어려운 닭장과 토끼장도 갖추고 어미닭과 병아리, 토끼, 금계, 오골계 등을 직접 보고 모이도 줄 수 있어 자녀와 함께 온 관객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특기할 만한 것은 축제관람과 무주관광을 연계한 점이었다. 축제관람을 중심으로 1일코스와 2일코스 두 가지로 마련됐는데, 1일코스를 보면 축제관람에서 반디랜드(곤충박물관) 관광, 반딧불이 야간탐사로 짜여졌다. 이용객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축제관람과 관광을 접목시킨 점이 탁월했다. 해마다 새로운 단장을 하고 있는 반딧불축제의 저력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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