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어머니 한 분이 계신다. 일머리가 남달라서 제사나 가족모임 음식을 장만할 때마다 남보다 곱절이나 많은 양을 단숨에 지지고 볶는다. 손은 또 얼마나 큰 지, 태화장에서 난전을 하시는데 슬쩍 지나치려면 "조카 왔나…찌개거리를 줄까, 구이를 줄까"하며 비닐봉지 가득 생선을 챙겨 주신다.

억척 인생을 살아오신 터라 작은 어머니는 '바캉스'라고는 모르고 사셨단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여름만 되면 장안사 계곡에 천막을 치고 울산에 사는 피붙이는 모조리 불러모아 나름의 '바캉스'를 즐기신다. 일주일 쯤 천막을 쳐두는데 보따리가 웬만한 집 살림살이 정도는 된다. 가스통에, 찜통에, 라디오에, 게다가 일반가정에서는 잘 쓰지않는 대형 스티로폼 아이스박스까지, 없는게 없다. 작은 어머니는 일정 맞추기가 여의치 않아 큰 댁, 작은 댁 등 집집이 따로 찾아오는 가족들에게 때마다 삼계탕, 장어구이 등을 내놓으신다. 모르는 이가 먹거리 장사치로 잘못알고 1인분에 얼마냐고 묻기까지 한다.

어릴 때는 몰랐는데 가정을 책임 진 어른이 되고 보니 온 집안 가솔들을 챙기는 작은 어머니가 달리 보인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저렴하게 좋은 곳을 다녀올 수 있나 해마다 고민하지만 정작 함께 갈 동행으로 달랑 우리 가족 네 식구 범주를 넘어 본 기억이 없다. 게다가 아이들이 다 자란 요즘, 시어른이나 남편한테 애들 맡기고 "주부도 일년에 단 한번쯤은 제 시간을 가져야…" 운운하며 '왕년의 친구'들과 나들이를 계획하는 분수 넘치는 고민마저 한다.

어젯밤 애들 아빠가 사내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며 가족 휴가날짜를 잡으란다. 옛 친구도 좋고, 가족 여행도 즐겁지만 올 여름 휴가 땐 바쁘다는 핑계로 제쳐두었던 일을 먼저 해야겠다. 맛난 여름 보양식을 준비해서 집안 어르신께 제대로 대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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