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드탕에 갖가지 마사지
진흙 내세운 이벤트 풍성
10년 안된 역사에도 인기
국내·외 관광객들 물밀듯

축제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축제가 관광객에게 단지 보여주는 것에서 벗어나 관광객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쪽으로 흐름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바람직하고도 당연한 흐름이다. 전국에서 열리는 축제마다 그 고유정신을 밑바탕으로 하면서 관광객이 직접 즐기게 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한창이다. 그만큼 튼실한 체험프로그램이 바로 축제성패의 키워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수많은 축제가 명멸한 가운데 관광객이 즐기는, 즉 체험프로그램 위주로 축제를 만들어 단기간에 우리나라 축제지형도를 다시 쓰게 한 것이 '보령머드축제'이다.

올해 아홉번째 마련된 '보령머드축제'는 장마가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에서도 지난 7월 15일부터 21일까지 청정갯벌을 가진 서해안 최고의 해수욕장인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렸다. '세계 속의 머드! 머드 속의 웰빙(Mud in World ! Wellbeing in Mud)'이란 주제 아래 공개행사와 체험행사, 연계행사 등 다섯 부문 예순 가지 개별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지난 98년 만들어진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고의 축제로 발돋움했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갖가지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함으로써 대중적인 인기와 흥겨움을 불러일으킨 것이 성공요인이다.

'온몸을 던져 체험하는 한국 최고의 투어테인먼트'라는 카피로 장식된 체험프로그램은 최고의 체험축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체 프로그램의 절반이 넘게 다양하게 펼쳐졌다. 대형 공기튜브형 에어바운스로 만들어진 머드탕과 46군데에 해변 셀프마사지실을 갖춰놓아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이 머드를 바르고 햇볕에 말린 뒤에 바닷물로 씻어 피부의 탄력을 느끼도록 했다. 어린이를 위해서도 머드키드탕을 갖춰 놓는 배려를 잊지 않았다.

머드로 분장한 뒤 마네킹처럼 꼼짝 않고 서있는 머드인간 마네킹과 대형머드탕에서 머드를 바르고 힘 겨루기를 하는 머드씨름대회, 머드를 바르지 않고 축제장을 어슬렁거리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교도소에 가두는 머드교도소체험, 머드를 바르고 장애물을 통과하는 머드장애물게임도 큰 인기를 모았다. 또 10곒 높이의 대형 머드슈퍼슬라이드와 머드를 바르고 카약타기, 그리고 도전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갯벌에서 다양한 해병대식 훈련을 하는 갯벌극기체험과 드넓은 갯벌을 오가는 갯벌스키체험도 펼쳐졌다.

또 보령갯벌 10㎞ 단축마라톤대회와 전국 36개팀이 참가한 전국해변머드풋살대회, 그리고 피부미용과 네일아트 등 네 개부문으로 나눠 솜씨를 겨루는 세계머드피부미용대회 등 경연행사도 열렸다. 머드를 이용한 머드비누 만들기와 머드도자기, 머드핸드프린팅 행사도 마련돼 머드천국으로서의 이름을 높였다.

체험프로그램 외에도 여름밤을 장식한 선상불꽃놀이와 한여름밤의 머드콘서트, 클래식의 밤, 해변국악공연 등의 문화예술행사와 함께 머드왕을 비롯한 머드아줌마, 아가씨, 아저씨, 그리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머돌이와 머순이 선발대회도 공개행사로 마련됐다. 더욱이 축제장인 대천해수욕장에서 석탄박물관과 개화예술공원, 신라말 구산선문의 하나인 사적 제307호 성주사터, 냉풍욕장을 거쳐 축제장으로 돌아오는 관광이벤트도 마련해 축제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시대감각에 맞닿은 축제 트렌드를 제때 읽어내 축제컨셉인 머드를 내세운 체험프로그램을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게 만들었기에 수년전부터 국내 축제 가운데 최고의 축제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 결과가 바로 2, 3년전부터 내국인보다도 외국인에게 더 큰 인기를 얻어 축제에 무려 2만명에 가까운 외국인들이 찾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2004년 '미스 유니버스'로 뽑힌 호주의 '제니퍼 호킨스'양이 지난해 7월에 열린 머드축제를 방문하고 머드축제의 명예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70억원을 들여 수용능력 500명 규모의 연건평 1천100여평의 머드체험관을 갖춰 시너지 효과를 높인 점도 순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

웰빙시대를 맞아 머드가 큰 인기를 끌면서 지역여건을 탓하지 않고 지역특성을 적극 활용하는 보령의 앞서가는 축제 트렌드를 읽어내는 시대정신이 살아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제 보령머드가 세계 속에 당당히 자리매김되고, 예부터 내려온 만세보령(萬世保寧) 정신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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