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미술관…북적이는 장터까지 없는 것 없네

시간이 넉넉하면 여행지 정하기가 더 어렵다. 몇명 되지않는 가족인데도 의견이 제각각이다. 아이들은 방학숙제로 활용할 동물원 견학을 기대한다. 아이아빠는 멀리 떨어져 사는 친구들과 여유롭게 만나고 싶단다. 나는 그 동안의 가족여행 테마가 역사탐방이나 유원지로만 좁혀진 듯해서 근사한 미술관이나 사람냄새 나는 장터로 나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볼 참이었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곳이 없을까. 그래서 다녀 온 곳이 바로 '서울'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원과 식물원, 놀이공원이 두루 있는데다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많은 문화재들도 한번쯤 봐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선택한 곳이다.

하루는 우리 가족끼리 아이들이 가고 싶었던 곳과 주부인 내가 관심있는 곳을 선택해 찾아갔고 다른 하루는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본격적인 답사를 했다. 우리나라의 수도이기 때문에, 또 교과서나 뉴스 속에 수시로 등장하는 배경들을 직접 봐두는 학습효과 뿐아니라 재미라는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서울 외 다른 지역에 사는 학생들에겐 방학을 이용한 가족 여행지로서의 서울은 꽤 괜찮은 것 같다.

아침 일찍 나섰다. 엊저녁 하룻밤 신세를 진 아이아빠 친구집이 고맙게도 과천 서울대공원 옆이다. 대공원은 동물원, 식물원, 놀이공원 등 복합테마공원이지만 울산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동물원만 둘러보기로 했다. 연이어 무더위가 이어져 걱정했지만 다행히 동물원은 삼림욕장 같은 숲 속에 있는지라 견딜만하다.

보다 편하게 관람하려면 리프트를 타고 입장하는 것이 낫다. 맹수류가 있는 꼭대기까지 일단 리프트를 이용해 올라간 뒤 지그재그로 난 내리막길을 걸어오며 다양한 동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우리가 첫 입장객이였는데 아직까지 호랑이 무리는 한잠 중이다. 백호는 조련사가 던진 생닭을 뜯는다. 지난 봄 새끼를 낳은 반달곰은 더위에도 불구하고 새끼곰 두마리를 꼭 끼고 있다. 하마 우리에 하마가 없어서 한참을 찾았더니 물 속 삐죽 나온 바위가 바로 등짝이란다. 십여분을 기다려도 하마는 그대로다. 막내는 코끼리 피부에 생긴 주름과 털이 신기한 모양이다.

먹거리를 넉넉히 챙겨 와 그늘에서 푹 쉬었으면 좋았으련만 다음 일정이 기다리니 두시간 여 뒤 다시 나와야했다. 난생처음 동물원을 구경한 아이들이 저들끼리 신났다. 여행을 다녀온 뒤 아이들에게 이번 여행 중 제일을 꼽으라니 주저없이 동물원과 리프트를 탄 일이란다.

평소에 꼭 가보고 싶었던 홍대 앞 프리마켓도 찾았다. 과천에서 다시 강북으로 올라가는 길이 번거로웠지만 주말 오후 2시 이후에 개장되는 장터라 어쩔 수가 없었다.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freemarket)은 마포구 홍익대 정문 맞은편 소공원에서 5년 째 매주 열린다. 가끔 벼룩시장(플리마켓. fleamarket)과 혼돈하는 이들도 있지만 중고품을 사고파는 것과는 한참 다르다. 마켓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은 "다양한 창작품이나 공연을 자유롭게 펼치는 생활예술 공간"이라 입을 모은다.

이 날 참여한 작가들은 80여 명. 이들은 프리카켓 등록작가임을 알리는 목걸이를 달고 자신의 창작품을 내놓는다. 무더위에다 휴가기간까지 겹쳐 작가나 구경꾼이 평상시 보다 20% 정도 줄어들었단다.

한 프로 일러스트레이터는 세상에서 하나 뿐인 공책과 다이어리를 내놓았다. 처음에는 독특한 일러스트로 큰 관심을 받았지만 해가 거듭될 수록 비슷한 아류가 많아진다고 불평이다. 자신의 작품을 사가는 이에게는 신발이나 가방 등에 똑같은 그림을 즉석에서 그려준다.

3년 째 마켓에 참여하고 있다는 한 아가씨는 천연 화장품을 내놓고 있는데 단골이 많단다. 요즘 유행하는 립밤이 주력상품이다. 낱낱의 조각을 이용해 예쁜 모양새로 다시 다듬은 허브비누도 인기다.

나뭇가지에 원하는 이니셜을 새겨넣은 뒤 목걸이로 만들어주는 작가도 있다. 단추와 가는 철사로 독특한 악세서리를 만드는 30대 여성은 자신의 디자인이 알려지는 것이 싫다며 사진찍히기를 끝까지 마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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