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변호사 꿈꾸는 소녀 이소연양

필리핀 학생 돕기 자선기금 마련 바자회

"국제 인권 변호사가 되려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활동부터 해나가야죠"

국제 인권변호사가 되겠다고 마음 먹은 민족사관고교 국제반 3학년 이소연(19·울산시 중구 반구동)양은 자선기금 바자회를 연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이양은 지난 16일 달동 주공아파트 정문 앞에서 '필리핀 기트란 센트럴 스쿨 돕기 기금 마련 바자회'를 단독으로 마련했다. 바자회는 오전 9시께부터 저녁 늦게까지 이어졌다. 폭염이 계속되던 날이라 이양의 이마에서는 연신 땀이 흘러내렸다.

고교생 혼자서 마련한 바자회 치곤 제법 규모도 큰 편이었다. 바자회에 나온 물품들은 대략 300여점. 풀, 수첩, 인형, 치약, 비누, 바지, 티셔츠 등 재활용품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바자회는 처음 열어보는데, 준비 기간만 3개월이나 걸렸어요. 부모님이 도움을 많이 주셨거던요. 저 때문에 고생하셨죠"

방학을 이용해 울산 집에 다니러 온 이양. 대입시 공부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고교시절 마지막 여름방학만은 자신을 위한 시간 보다는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필리핀 학생들을 위하며 보내고 싶었다.

"필리핀 어린이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한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그래서 7월말에 필리핀 현지 학교에 직접 가서 봉사하고 돌아왔어요. 한국에 올 때 '뭐가 가장 필요하나요'하고 물으니, '풀깍는 기계'라는 거에요. 책상이나 필기도구도 아니고, 정말 놀랐어요"

학교 교정에 풀이 너무 많이 자라 학생들이 제대로 다닐 수도 뛸 수도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양은 그래서 방학을 이용해 풀깎는 기계값을 모아 필리핀으로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울산에서 바자회를 연 것도 이양에게는 그 의미도 남달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동생과 단 둘이서 호주로 유학갔다가 지난해에 귀국했던 이양. 유학시절에 엄마가 그리웠던 만큼 덩달아 그리웠던 곳이 바로 울산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바자회는 이양에게 앞으로의 활동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하다. 처음 만들어 본 행사라 부모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앞으로는 친구들과 힘을 합쳐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를 종종 마련할 계획이다.

유귀화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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