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김남조 시 '설일(雪日)' 중에서).

한국화가 한국인(26)씨의 작품은 복잡한 인간 내면의 흐름을 바람이라는 소재로 표현하고 있다.

"사람의 내면과 바람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의 속은 자기 자신도 쉽게 알 수 없는 것처럼 바람의 '집'이 어딘지, 또 어디서 오는지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처음 그가 그림을 그릴 때는 인간의 내면을 무수한 선으로 표현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항상 인간의 내면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심각해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후 스트레스를 받으며 그리는 것은 그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소재를 선택하게 됐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추상적인 표현이 주는 애매모호함에 흥미를 가져 현대미술에서 대두되고 있는 그런 표현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림의 소재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선택해 표현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 "물고기 같다는 사람, 바위같다고 하는 사람. 같은 그림이라도 볼 때마다 사람마다 다르게 표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반응을 지켜보는 것이 추상화의 재미이고 놀라움이라고나 할까요."

이런 이유에서 인지 그의 작품을 보면 맑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투명하면서도 맑은 색이 주는 아름다움으로 보는 이 에게 그림의 느낌이 쉽고도 다양하게 다가온다.

그는 아직 어린 나이지만 울산미술대전,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과 '동양화 새천년전'에 공모해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를 갖는 등 여러차례 두각을 나타내는 성과를 거뒀다.

그의 작품은 울주보건소 로비와 울산시교육청 3층에서 언제나 볼 수 있다. 오는 10월 울산문예회관에서 열리는 '젊은 작가 창작 개인전'에 선보일 작품은 나비를 소재로 그린 그림이다. 현재 작품을 하고 있던 소재와 느낌이 비슷하게 나비 역시 인간의 내면이나 바람과 같이 '나그네'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조금 더 성숙해진 후 인간의 내면에 대해 다시 도전해 대중적이면서도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그는 현재 울산현대작가회와 울산미협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상헌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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