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무용단·극단 울산 종횡무진 '해팔이'

"저기, 저 사람. 무용하는 사람 아닙니까?" "무용하는 사람이 왜 연극 무대에 있겠어요. 아니겠지."

지난 8월초, 전국연극제 대상작인 극단 울산의 '귀신고래회유해면'이 전국초청순회공연에 마침표를 찍던 자리에서는 유독 극중 해팔이란 인물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있었다.

해팔이역을 열연했던 남자 무용수가 바로 울산시립무용단원인 이성원(34)씨였다. 울산시립무용단 공연 뿐만 아니라 지역의 학교나 무용·연기 학원 및 문화센터 등에서 맡고 있는 강의가 적지 않은 때문인지 그를 알고 있는 관객들이 더러 있었다. 분장을 하고 어부 해팔이 복장을 했지만 그의 음성과 모습은 무용수 이씨와 닮은 꼴이었기 때문에 관객들은 긴가민가 할 수밖에 없었다.

"무용수가 되기 전, 배우의 길을 걷고 싶었던 시절이 있어서 그런지 이런 무대에 선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못해 본 배우 생활에 대한 미련은 아니고, 이런 활동이 결국 예술의 대중화를 위한 길이란 생각 때문입니다."

그는 무용수가 배우로 나선 데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싫다. 좁게 보면 몸짓 뿐만 아니라 표정과 눈빛으로 한 작품을 표현해 낼 수 있는 무용인이 되고 싶은 욕심이고 크게 보면 무용과 연극이란 장르를 넘어 예술의 대중화를 위한 활동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배우만큼 표정 연기가 뛰어난 무용인' '무용인만큼 몸짓 연기가 탁월한 배우'가 되어야죠. 그래야 보다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것일 테고 그런 예술을 보는 관객도 더불어 예술을 사랑하죠."

그래서 올해 초, '처용'을 주제로 선보였던 울산춤 작가전도 특별했다. 4명의 무용인이 같은 주제로 각각의 안무를 해보였던 이날 공연 때, 이씨의 작품은 유독 눈길을 끌었다.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자유스럽게 입고 등장한 무용수, 무용수인지 배우인지 가늠하기 힘들만큼 연기와 무용이 조화된 흐름은 이색적이었다. 또 가벼운 듯 발랄한 동작과 무용인들의 표정 연기는 대사 없는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그러고보니 그가 직접 무대에 섰던 작품들과 그가 안무를 맡았던 그간의 각종 합창 공연들을 되돌려 생각해보니 분명 재밌고 특별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예술의 대중화를 위해 재밌고 특이한 작품 활동을 하겠다는 각오가 뚜렷한 이성원씨. 그는 "지금은 예술의 대중화를 위한 예술 활동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 문화계 수장의 자리에서 예술의 대중화를 위한 정책을 논하고 싶다"고 말한다.

글 유귀화기자·사진 김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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