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상'바탕 통일성·획일성 비틀기

무수히 많은 입술들이 모여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무언가를 서로 전하려는 듯 그것들은 앞다투어 소리를 내고 있다.

서양화가 양희숙(42)씨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입'"이라는 생각에 자신의 작품 주제 '그리고 노래는 계속된다'에 입술을 동원했다.

그의 작품 세계는 그가 자주 사용하는 재료인 밀랍과 라텍스를 통해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입술을 만들 때는 밀랍을 사용한다. 다시 녹이면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고 무한한 모양으로 창조될 수 있다는 점이 그가 가진 입이라는 주제와 가장 잘 맞았다고 했다.

"'말'이 경우에 따라 바뀌고 사라지고 하는 것처럼 햇볕과 바람의 영향으로 시간의 지남에 따라 사라지는 라텍스 소재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현재는 잎이 없는 나뭇가지를 여러개 겹쳐 찍어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을 다 털어내 잎이 없는 나뭇가지는 나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 상당한 기쁨을 느끼고 있지요".

이런 이유에서 인지 서로 다른 나무의 수 천, 수 만가지 모양을 잇고 또 이으면 다시 나무 한그루가 탄생하는 기분이 든다는 그의 생각은 마치 윤회를 생각나게 한다.

동일한 그림을 감상해도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런 느낌을 공유하기 위해서 개인전을 할 때는 가능한 전시장에 상주하며 관람객과 함께 호흡을 하는 것을 즐긴다고 말한다.

"각양각색의 생각 속에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큰 틀 속의 느낌을 관람객이 전달 받을 때의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중(中)이기 때문에 모든 것은 변화하며, 즉(卽)이기 때문에 독자성이란 있을 수 없다'는 화엄사상을 그는 작품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생각을 한다고 한다.

사회에 만연해 있는 다양성 속의 강요받는 통일·획일성에 저항하는 수많은 '입'들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그는 울산미술대전 추천작가며, 울산미협, 울산현대미술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상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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