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우정암벽등반대회 14세이하 1위

높이 2곒가량 되는 타원형 벽에 빼곡이 붙어 있는 홀더를 움켜지고 인공벽을 잘도 타고 있는 화암초등학교 6학년 홍정기(13)군. 영락 없는 꼬마 스파이더맨이다.

홍군은 평일 오후 8시께면 울산시 동구 방어진에 위치한 최병호 클라이밍센터에서 3시간씩 인공암벽을 타는 연습을 한다. 한 시간 가량 가볍게 인공벽 끝에서 끝까지 홀더를 쥐고 왔다 갔다 하기를 반복하면서 몸을 풀고 이어 나머지 두 시간은 최병호 코치에게서 지도를 받는다.

연습장에서 홍군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윗도리를 벗은 채 진지한 표정으로 날쌔게 인공벽을 왔다 갔다 잘도 타는 것이 한 눈에 봐도 '저 학생이다'싶다. 멀리서보면 퍽이나 쉽게 인공벽을 타는 것 같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면 홀더를 잡는다고 안간힘을 쓰는 때문인지 이를 꽉 깨문 표정이 '쉽지 않은 운동'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힘들어도 재밌단다. 보호 장치 없이 2곒가량 되는 높이에 홀더 하나만 잡고 매달리다보면 땅으로 떨어지기 일쑤. 그러나 홍군은 "처음에 인공암벽 타는 것을 시작했을 때 떨어지는 느낌이 진짜 좋아서 계속하게 됐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머니의 권유로 배우기 시작한 암벽타기. 횟수로는 2년, 배운 날로만 치면 1년이다. 지난해는 쉬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8월 부산서 열린 제18회 전국우정암벽등반경기대회 14세이하 난위도 부문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 난위도 부문은 인공암벽에 몇㎝ 간격으로 붙어 있는 홀더에 지시자가 짧은 시간 동안 레이저를 쏘면서 지정해주면, 그 홀더만을 잡고 이동하는 경기다. 암벽을 타는 고도의 기술도 기술이지만 웬만한 암기력으로는 명함도 못 내민다.

인공암벽을 타는 게 어린이들 지능 발달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홍군의 경우 하고 싶은 운동을 하면서 성적도 부쩍 올라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셈이다. "인공암벽 타기 전에는 반에서 중간 등수 밖에 안 되었는데, 이후에는 1등도 해보고 늘 상위권 성적"이라면서 흐뭇해한다.

인공암벽을 잘 타고 또 열심히 배우고 있기 때문에 으레 암벽등반 전문가가 꿈일까 싶지만 두 번째 목표로 밀렸다. 첫 번째 목표는 유도선수가 되는 것이다. 홍군은 "고등학생 때부터 유도를 본격적으로 배워 훌륭한 유도선수가 되고 싶고, 또한 훌륭한 암벽등반 전문가도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한다. 유귀화기자[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