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동호회 프리스트 13~23세 130여명 활동
주말마다 문예회관 등지서 연습 '시선집중'
정해진 규칙 잘 지키면 크게 위험하지 않아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프리러닝(Free Running) 여파로 울산지역에서도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프리러닝 동호회가 하나둘씩 만들어지고 있다. '취미활동 중의 하나' 혹은 '삼가야 할 위험한 놀이' 등 청소년과 기성세대 간의 평가가 서로 엇갈리고 있지만 아무래도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인 듯.

울산지역 13~23세 청소년 130여명으로 이뤄진 프리러닝 동호회 프리스트(회장 손동원) 회원들은 주말마다 울산문예회관 등지에 모여 단체 훈련과 연습을 꾸준하게 이어간다.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는 기성세대들에게 들려주고싶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지난 일요일 오후 울산문예회관 쉼터 레스토랑 앞. 20여명의 남녀 청소년들이 Z자 모양으로 만들어진 장애인용 통로 난간을 맨손으로 짚으며 이리저리 몸을 날리고 있다.

그 중 가장 날쌘 몸놀림으로 3층 높이의 난간을 순식간에 오르내리던 손동원(21·울산과학대 자동화시스템)군이 연습 대열을 벗어나 신입회원들에게 주의점 등을 알려준다. 새로 가입한 회원은 여중생인 김진아(16)·박진영(16)양.

이들은 "울산에도 프리러닝 동호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인터넷 카페를 뒤져 가입 의사를 밝히고 연습현장에 나오게 됐다"면서 "오늘 신고 나온 캠퍼스화로는 훈련에 참여할 수 없어서 에어쿠션 기능이 있는 운동화를 장만한 뒤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아쉬워한다.

이창민(19)군은 앳되고 갸날퍼 보이는 인상이지만 3년 전 동호회 프리스트를 만든 원년 멤버답게 3중 건물 난간을 뜀틀처럼 가볍게 건너뛴다. 역시 원년 멤버인 이상민(19)군은 다부진 체격에 까만 얼굴이 트레이드 마크. 구경꾼을 의식해서인지 마무리 착지에서 한바퀴 공중부양을 선보인다. 이들은 "가르쳐 줄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워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스스로 익힐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하소연이다. 하지만 "러닝에 열중할 땐 시간이 멈추는 것 같고 억제할 수 없는 신명마저 솟구치는데…, 도저히 말로는 설명이 안된다"고 열정을 토한다.

위험해서 혼을 내는 어른들이 많지 않느냐는 물음에 나이가 어려 1년 여를 기다린 뒤 가입했다는 중학 1년생 이지영(14)양과 김도곤(14)군은 "어른들도 마찬가지"라고 볼멘 소리다. "위험한 줄 알면서 산이나 빙벽을 오르고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어른들도 많지 않냐"고 반문한다.

하승진(20)군도 "세계 제일이라는 우리나라 비보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처음엔 그랬죠. 비보이를 양성화하는데 20여년 가까이 걸렸다는 걸 아세요? 프리러닝도 마찬가지예요. 아직 제대로 평가를 받지못해서 그럴 뿐이죠"라고 자신있게 대답한다. 김선진(15)·이학수(15)군 역시 "위험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더 조심한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정해둔 규칙도 까다롭다. △절대 혼자서 연습하지 않고 △날씨가 궂을 때도 피하고 △부모님의 허락이 있어야 동호회 가입이 가능하고 △개인소유 빌딩에선 절대 놀지 않고 △응급처치나 스트레칭으로 훈련시간의 절반 이상을 사용한다 등을 반드시 준수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영진객원기자

****프리러닝은…Free Running

영화 <13구역> <야마카시>의 주인공들이 보여 준 액션들을 한데 모은 신종 스포츠다.

10여년 전 프랑스 청소년들이 장비없이 건물을 누비며 도심 빌딩숲을 놀이터로 삼았던 것에서 비롯됐다.

맨몸으로 빌딩 벽면을 오르내리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는 등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스포츠로 도심 속에서 직경 300m 정도의 공간을 정한 뒤 등반, 낙법, 점프 등 정해진 동작을 얼마나 빠르게, 예술적으로 표현하는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게임이다.

흔히 야마카시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야마카시는 프랑스 내 가장 큰 동호회 이름일 뿐 정식 명칭은 프리러닝이다.

야마카시는 아프리카 콩고 언어로 '강인한 영혼과 신체'라는 뜻. 영화가 선보인 2003년 프리러닝 한국동호회가 처음 결성되면서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모임들이 잇따라 만들어졌다.

현재 울산을 비롯 전국에 16개 지부 3만50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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