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보…영상광고 스토리보드…신문광고등
국가별 · 시대별 광고 자료 4300여점 전시
촬영현장 재현·유명CF 축소모형도 눈길

세월이 지났지만 7080 세대는 '아름다운 아~가씨 어찌그리 예쁜가요'란 노래만 들어도 단번에 '아~아~아카시아껌'을 흥얼거린다. 또 모 보일러 광고에 나왔던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란 문구만 들어도 영상이 머리에 스친다. 그 시대 그 광고가 떠오르면 영상만 스치는가 했더니 이상하게도 그 시절 소중했던 추억은 물론이고 곁에 있던 사람들이 떠오르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이런 추억의 매개물이기도 한 한국 광고의 이야기를 모아 둔 한국광고영상박물관 '뮤지엄 큐(Q)(관장 윤석태 경주대 석좌교수)'가 지난 4월 경주 조양동에 문을 열었다.

#광고의 일기장과도 같은 곳

경주대학교와 국내 광고제작사인 (주)세종문화가 뜻을 모아 세운 뮤지엄 큐(Q). 촬영에 들어갈 때 감독이 보내는 사인인 '큐(Que)' 음을 따서 이름 붙여졌다.

폐교를 리모델링하고 신축건물을 이어서 세운 이곳은 꼭 경주시내의 돌연변이같기만하다. 외관이든 실내든 경주 시내에 즐비한 한옥 느낌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뮤지엄 큐 내부는 검정과 흰색으로 깔끔하게 디자인 돼 있다. 그래서 황토색 짙은 경주와는 느낌이 달라 색다름은 배가 된다.

뮤지엄 큐는 대지면적 6000여평, 건물면적은 지하 1층, 지상 3층 총 1200여평에 달한다. 적지 않은 규모다. 지금은 지상 1·2층 전시관 및 광고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소극장 규모의 영상관만 활용하고 있다. 실내 전시장에는 시대별 광고 및 자료 4300여점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세대별로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곳

1층에는 미디어역사관, 광고역사관, 세계주요광고 전시실 등 광고의 지나온 길과 세계 각국의 우수한 광고들을 감상해볼 수 있는 코너로 꾸몄다.

최초의 광고회사 사보, 영상광고 스토리보드, 신문광고, 광고전문잡지 등 '최초'자가 붙는 광고 자료들은 죄다 이곳에 있다.

1층 전시장은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 지난 시대의 광고를 기억하고 있는 세대는 전시된 광고 하나 하나가 남다를 수밖에 없고 그렇지 않은 세대는 그저 훑어 보는 데 그치기 쉬워서다. 지금의 50대 성인이라면 광고 초창기 자료를 모아둔 코너에서 광고를 보면서 '그 때 그 시절'을 떠올릴 것이고 30대 후반부터는 70년대, 20대 이후는 80년대 이후 광고 때문에 피식 웃게 되는 건 어쩔수 없다. 그렇게 본다면 제일 감흥이 적은 세대는 10대와 어린이들일까.

#걸음 옮길 때마다 보는 게 즐거운,

모든 세대가 재밌어 하는 곳

2층 전시장의 주요 테마는 광고제작과정을 재현한 광고회사관과 영상광고 제작스태프 디오라마다. 1층 전시장이 한 가족이 와도 부모와 자녀가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 다르다면 이곳에서는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나 즐겁다.

사람이 아니라고하면 억울하다고 당장 항의해올 것만 같은 흰 석고 사람인형 30여구. 전시장을 둘러보는 사람이라면 인형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눈치다. 인형들은 각자 특유의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누가 어떤 업무를 맡아서 하나의 광고가 완성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재밌는 것은 전시장에 있는 모든 석고상은 전시장을 둘러 보고 있는 순간에도 국내 어딘가에서 광고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을 실제 사람들의 모습이라는 점. 표정이나 생김이 꼭 사람같다고 했더니 인형의 주인공들이 몸에 직접 석고를 발라가며 본 떠 만들어졌기 때문이란다.

책상에 앉아 전화를 들고 열심히 일에 몰두하고 있는 프로그래머,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긴 광고 음악 작곡가 김도향씨, 휴대전화 통화를 하면서 긴박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섭외자, 음향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음향전문가 김벌래씨 등등 표정이 살아 있어서 보는 재미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또 광고계의 대부이자 이곳 박물관 관장인 윤석태 경주대학교 방송언론광고학부 석좌교수가 제작한 CJ의 쇠고기다시다 광고에 출연했던 배우 김혜자씨, 촬영에 앞서 김씨의 옷매무새를 살피는 코디네이터, 촬영할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한 푸드코디네이터, 김씨의 모습을 촬영중인 촬영팀 등 촬영 현장이 그대로 연출돼 있다. 아주 생생하다.

재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층 전시장 말미에는 광고의 촬영현장 축소모형 4점이 기다리고 있다. 단 번에 봐도 눈에 익은 광고 촬영 현장. 국토대장정 현장에서 '바카스'를 외치던 동아제약 광고, 이탈리아 로마광장에서 배우 이나영이 태평양 화장품 광고를 촬영하는 모습, 2002한·일월드컵 당시 상암경기장의 응원모습을 담은 KTF촬영 현장까지 축소모형의 정교함이 신기한 탓에 발길이 오래 머문다.

#야외 잔디밭도 하나의 전시장

실내전시장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 야외잔디밭 위에도 뭔가가 있었네 싶다. 동물원에서나 볼 법한 엄마코끼리와 아기코끼리 조각상이 다정한 포즈로 우뚝 서 있다. 웬 코끼린가 싶었더니 침대 스프링을 밟고 지나가는 침대 광고에 출연했던 코끼리 모습을 본 뜬 것이다. 방문객들의 사진 배경으로는 빠지지 않는다. 향후 이 잔디밭에는 코끼리 외에도 광고에 등장했던 각종 동물 조각상들은 물론이고 어린이들이 놀이를 통해 영상과 광고를 알아갈 수 있는 다양한 놀이시설로 채워질 예정이다.

#찾아가는 길·운영시간

울산에서 경주로 가는 7번 국도를 타고 가면 찾을 수 있다. 경주에 들어서 불국사와 포항 가는 길 갈림길을 지나 1~2분만 더 달리다보면 오른 편에 있다. 소요시간 40여분.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매주 월요일은 쉰다. 입장료는 어린이~어른까지 1000원~3000원이다. 054·770·5254.

유귀화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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