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최병화(39)씨의 작품은 수채화이지만 맑고 투명한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때론 대상물을 치밀하게 파고들고, 때론 과감한 생략과 추상성을 띠기도 한다.
치밀한 묘사나 과감한 생략으로 인해 그의 작품의 매력이랄 수 있는 생명력이 살아난다.
우리 속에 묶여 있는 염소를 그린 작품은 마치 염소가 낯선이를 보고서 느끼는 공포심이 그대로 전해온다. 장생포항에 버려진 포경선에선 긴 세월 출항하지 못한 어부의 심정이 엿보인다. 그저 싱그럽게 느껴질 수 있는 소나무에서도 오랜 풍상을 겪어낸 자연의 위대한 힘이 제대로 포착돼 있다. 그는 "언제나 음악·영화와 같이 전율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래서 그의 그림의 수채화가 주는 담백함보다는 강렬함이 더 크다.
소재에 있어서도 한계를 극복한다. 어떤 때는 조용한 곳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동물을 그리기도, 또 계절에 맞는 꽃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그는 "특정 소재를 정해 놓고 그림을 그리면 왠지 신비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워낙 소재 선택의 폭이 다양해서 다음에는 또 어떤 그림을 선보일까 하는 기대감을 준다. 그림을 그린지 20여년이 훌쩍 지난 그가 지향하는 그림은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는 그림이다.
최병화씨는 울산미협회원, 사생협회 사무국장, 남부현대미술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남구 달동에서 수채화연구실을 열고 있다. 울산시미술대전 특·입선 5회 등의 경력이 있고 올해 첫 개인전을 가졌다.
내년 5월에는 '소나무와 우리들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갈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다. 전상헌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