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회 전국체전 남자일반부 62㎏급 종합2위

"자고 일어나서 들고 밥먹고 들고…. 습관처럼 역도를 들고 놓는 것을 반복해야만 살아남습니다."

무거운 바벨을 내려놓는 소리가 요란한 울산종합운동장 역도연습장에서 쇳덩이와 씨름을 하고있는 역도 선수 박효종(25·울산시체육회)씨. 그는 지난 10월에 김천에서 열린 '제87회 전국체전'에 울산대표로 나서 역도 남자 일반부 62㎏급에서 대회 종합 2위를 차지한 역도 유망주다.

바벨을 잡은 이후 10여년의 고통과 설움의 날을 한꺼번에 날려 보낼만큼 그에게는 자신감을 심어준 값진 은메달이었다. 역도를 시작한 이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던 것이다.

"그 동안 생각만큼 잘 안돼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이 한 두번이 아니었거든요. 이런 날이 나에게도 오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는 적지 않은 시간동안 자책도 많이했다. 항상 최고를 꿈꾸었지만 최고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자신이 밉기도 했고, 아예 역도에 염증이 날 때도 있었다.

"'차라리 막노동을 하며 공부를 해볼까'하는 생각에 운동을 그만둔 적도 있었다. 하지만 미련 때문인지 그만 두는 것 조차도 뜻대로 잘 안되더라"고 털어놓는다.

당장 대단한 선수는 되지 못하더라도 꿈을 놓기는 싫었던 그였기 때문에 고향인 전남 보성을 떠나 지난해부터는 울산서 활동을 시작했다.

낯선 땅 울산에서 역도 선수로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것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실력 있는 선수의 뒷바라지에서부터 연습장 청소까지 허드렛일은 온통 도맡아 하면서 역도장을 악착같이 지켰다. 연습은 다른 선수들이 운동을 마치고 난 저녁 늦은 시간에나 할 수 있는 달콤한 것이었다.

"불 꺼진 연습장에서 감독님과 다른 선수들이 자는 데 방해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바벨을 들어올리고 놓았던 날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젠 밝은 데서 남들 운동하는 시간에 당당하게 운동할 수 있게돼서 정말 행복하다"고 웃는다.

내년에 있을 올림픽 선수 선발대회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게 단기적인 목표인 박효종씨. 바벨을 들어올릴 때의 기술이 부족하단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매일 강행군이다.

"지금은 올림픽에 나가는 게 목표이지만 이 목표를 이룬 다음엔 또 다른 목표가 분명, 생길 것"이라면서 "지금은 현실에 충실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포부를 말하는 박씨의 꿈은 체육교사가 되는 것이다. 유귀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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