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허리 뚫은 실감나는 갱도 이색전시장
채광 과정 디오라마…광부의 일상 소개
화로…연탄보일러…'아! 옛시절엔…'

경북 문경에 있는 문경석탄박물관은 갱도에 들어가 볼 수 있어서 이색적이다. 그렇게 높지 않은 산 허리에 터널을 뚫어 갱도를 실감나게 꾸며뒀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1999년에 들어선 문경석탄박물관은 1만5000여평에 아담한 실내전시장과 실내에서 이어지는 야외전시장, 갱도전시장, 광원사택전시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넓은 대지중 실내전시장은 1·2층을 포함해 500여평. 주요 볼거리를 실내 전시장에서 찾았던 여느 박물관과 똑같이 생각하면 실망하기 쉽다. 생각보단 실내 전시장 내 전시물이 눈길을 잡아끌지 못해서다.

다만, 연탄으로 방을 데우던 기억이 있는 20대 중반 이후 세대들에겐 연탄, 연탄 보일러, 연탄 집계 등등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전시물들이 반갑다.

탄광촌 금기(禁忌)를 적어둔 코너도 재밌게 볼 만하다. 전시물 자체가 눈에 띌 것은 없지만 내용이 인상적이다. '쥐를 죽이지 마라. 광부는 쥐와 도시락도 나눠먹는다' '출근길에 여성이 가로질러 가면 출근하지 마라' '남편이 출근한 후 신발을 방 안쪽을 향하게 놓는다' '갱내에서는 휘파람을 불거나 뛰지 않는다' 등의 문구를 읽다보면 경솔하게도 웃음이 터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탄광이란 곳이 언제 어떤 사고가 일어날 지 모를 위험한 곳이기에 이런 금기도 만들어진 것만 같아 웃음의 끝은 씁쓸하다.

실내전시장을 나서면 바로 야외전시장으로 이어진다. 탄광에서 사용하던 석탄 실은 광차, 공기압축기 등 큰 쇳덩이 물건들이 듬성듬성 놓여 있다. 그 길을 따라 걷다보면 이곳의 색다른 볼거리인 갱도전시장에 이른다.

갱도전시장은 낮은 산에 터널을 뚫어 갱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공사장에서나 볼 법한 '안전제일' 간판이 눈에 띄는 이곳은 한 발 들여놓는 게 서늘하다.

갱도전시장은 터널의 양쪽 벽면 곳곳에 갱도 안에서 광부가 하는 업무, 광부 외에도 갱도 내부 시설물 점검을 하는 안전요원 등 각자가 하는 업무를 디오라마로 전시해놨다. 석탄을 캐는 과정, 안전점검을 하는 장면, 안전사고 때문에 응급치료를 받는 광부의 모습, 하루 업무를 마무리하고 노란 색 광차를 타고 갱도 밖으로 향하는 행렬, 갱도 내에서 점심을 먹는 장면 등등 광부의 하루가 장면 마다 고스란히 묻어 있다.

캄캄한 갱도를 나서 출구쪽으로 향하다보면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아담한 건물이 있다. 팻말이 없다면 전시장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법 한 곳. 다름아닌, 광부들의 사택전시장이다. 연탄 보일러로 된 작은 방 한 칸이다. 부부와 자녀가 상에 둘러앉아 식사하는 모습으로 인형을 꾸며뒀다. 재밌는 점은 사택전시장 스피커로 들리는 녹음된 한 가족의 대화. 경상도(경북) 사투리가 어찌나 질펀한지, 현장감이 배가 되는 데 한 몫한다.

모든 전시장을 다 둘러보고 나오는 길. 그러고보니 전시장 어디에도 글을 빼곡하게 적어 전시물을 상세하게 설명한 예가 없었다. 그저 전시물들을 보고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오는 설명을 듣다보면 어렴풋하게 석탄이 제1의 산업원료가 되었던 시절과 당시의 광부들의 일상, 갱도 내에서의 작업 환경과 업무 등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만큼 부담없이 눈과 귀가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곳이 이곳 문경석탄박물관이다.

여행수첩

울산IC에서 서울방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구미를 지나 충주·문경 방면 중부내륙고속도로를 갈아탄다. 점촌을 지나 문경새재IC에서 내리면 된다. 문경새재IC에서 요금을 내고 빠져나와 바로 우회전 차로를 타서 팻말따라 가면된다. 그러나 이보다 문경새재IC 요금소에서부터 '연개소문 촬영지' 팻말이 붙어 있기 때문에 이 팻말을 따라가면 된다. 박물관 입구와 '연개소문 촬영지'로 가는 입구가 붙어 있다. 1월1일, 설날 및 추석 당일만 문을 닫는다. 관람료는 500원~1000원이다. 054·550·6424.

유귀화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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