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전시실로 재활용…140평 규모 70여대 전시
나무 자전거·원숭이 자전거 등 이색 자전거 눈길
관람 뒤 무료대여 자전거 타고 하이킹 특별한 추억

상주자전거박물관은 자전거가 도시의 상징인 경북 상주가 자랑하는 특별한 볼거리다.

시내 중심가를 둘러보면 자전거를 타고 이동중인 사람들이 유독 많다. 거리 곳곳에 비치된 자전거 보호대에는 자전거가 꽉 들어찼다. 자전거 보유대수와 개인 보급률이 모두 전국 1위인 도시임을 실감케 한다.

인구가 약 11만 명인 도시에 현재 8만5000여 대의 자전거가 있다고하니 열 명 중 여덟 명은 자전거를 갖고 있는 셈이다. 또 인구 100명을 기준으로 추산한 자전거 보유 수로 상주(64.9명)는 자전거 타는 사람이 많은 이웃 일본(58.8명)과 중국(38.5명) 보다 많다.

이런 '자전거 도시 상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상주자전거박물관이다.

◇아담하지만 알찬 실내전시장

이곳 박물관은 곶감으로 유명한 상주 남장마을에 들어섰다. 지난 2002년 10월에 문을 열었는데 폐교된 남장분교를 활용, 전시실로 탈바꿈했다.

박물관은 아주 아담하다. 500평 부지에 실내전시장 140평 규모다. 몇 천 평 부지에 전시장만 몇 층, 몇 군데 되는 여느 박물관에 비해서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실내전시장에는 70여 대의 자전거가 빼곡하게 들어찼다. 특별하다고 이름난 자전거는 이곳에서 볼 수 있다.

1810년 이륜차의 원리를 이용해 독일에서 만들어졌던 최초의 페달 없는 나무 자전거 '드라이지네', 1839년 영국서 만들어진 최초의 페달식 자전거인 '맥밀런 저전거', 1860년 프랑스에서 제작된 현대 자전거의 기본 틀을 갖춘 '미쇼형 자전거' 등 시대별로 자전거가 어떻게 발전돼 왔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이색 자전거들이 전시돼 있다.

신기한 것은 1860년대 후반까지만해도 자전거가 나무로 만들어졌다는 점. 나무로 만든 마차는 많이 봐왔지만 나무로 만들어진 자전거가 이동 수단이 됐었다는 데 적잖이 놀랍다.

1870년대 후반께는 독특한 디자인의 자전거가 모습을 비친다. 눈에 많이 띄는 기종이 1870년 영국서 만들어진 '오디너리'다. 오디너리는 앞바퀴가 뒷바퀴에 비해 유난히 큰데 앞바퀴의 지름을 크게 하면 빨리 달릴 수 있는 회전 원리를 이용한 자전거다.

이밖에 체인 없이 기어로 작동하는 자전거, 마차와 비슷한 디자인을 갖춘 '시클로자전거', 엄마와 아기가 안전하게 함께 탈 수 있는 '폴딩바이크', 자전거 바퀴가 축구공으로 제작된 자전거, 원숭이들이 묘기 부리기 위해 타는 '원숭이 자전거' 등 저마다 독특한 용도와 디자인의 자전거가 눈길을 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자전거의 옛 모습은 어땠을까. 서양의 그것에 비해 다소 촌스런 느낌이 묻어나는데 자전거 한 대에 그 시대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만 같다.

다소 무게감이 있어 보이는 1896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자전거, 1890년대 사용됐던 우편배달용 자전거, 1920년대 당시 소위 명품자전거로 통했던 '후지 HAO 자전거', 1947년 제작된 것으로 상주에서 가장 오래된 자전거 등이 전시돼 있다.

◇실내전시장을 나서면

전시실을 둘러보는 데서 끝이 아니다. 실내 전시물을 관람했다면 이젠, 본격적으로 야외에서 자전거를 타보는 체험시간이 남아 있다.

박물관에서 무료로 대여해주는 자전거를 타고 인근 곶감마을과 남장사를 둘러볼 수도 있고, 자전거 도로가 잘 닦여 있는 상주시 일대를 돌아볼 수도 있다. 코스며 시간이며 제약받을 건 아무것도 없다. 자전거는 쓰고 제 자리에 가져다 놓기만하면 된다.

상주시는 내년말쯤, 박물관을 현재 위치에서 자전거여행길을 조성 중인 사벌면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한다. 때문에 향후 이곳 박물관은 자전거 테마 관광의 한 축을 이뤄 상주의 이색 볼거리로 제대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여행수첩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면을 타고 중부내륙고속도로를 갈아타 상주IC에서 내리면된다. 직진 후 보이는 첫 삼거리에서 25번 도로로 우회전을 하면 곧바로 '상주자전거박물관' 방향을 알려주는 푯말이 있다.

25번 도로를 따라 8㎞ 정도 직진하면 박물관 푯말을 찾을 수 있다. 대략 3시간. 입장료는 무료. 쉬는 날은 없고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054·534·4973.

유귀화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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