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옛 한의원 복원…조선시대 온 듯
체질·체지방 측정 한의 체험코너 인기
2층선 다양한 한약재 전시 약초향 그윽

경남 산청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코 끝 싸한 풀냄새를 좇아가면 그곳에 산청한의학박물관이 있다. 지난 4일 금서면 산골짜기에 터를 잡고 문을 열었다.

박물관 가는 길은 작은 산 하나를 넘는다. 좌우 어디를 봐도 온통 초록이 우거진 꼬불꼬불한 산길. 자동차를 타고 10여 분 달리면 목적지에 다다른다.

지난 4일 개관 후, 인적 드물었던 이 일대는 인산인해로 즐거운 몸살을 앓았다. 박물관 관람객들이 몰려서다. 관람객들은 "여기 억수로 좋네"라면서 관람 소감을 주고받으면서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박물관 안에 옛 한의원이 있다

지상 1·2층, 400여 평으로 이뤄진 이곳 박물관 1층 실내전시장은 조선시대 산청의 어느 곳 같다. 실내 전시장 한 켠에 옛 한의원이 통째로 지어져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평민 복장을 한 사람 실물 크기의 인형들이 제각각 약초를 썰고, 봉지에 싸고, 달이고 있다. 어떤 방에선 중병을 앓는 환자 인형을 뉘여두고 한의사로 보이는 인형이 진맥을 짚는다. 인형들은 살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어떤 관람객은 인형 어깨를 살포시 건드리며 "어이 아저씨, 이게 뭡니까." 짖궂은 농을 건네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한다. 실내전시장을 통틀어 가장 인상깊게 남는 코너다.

옛 한의원을 둘러 본 관람객들의 동선은 어김없이 한의 체험코너로 이른다. 체험코너에선 옛 냄새를 좀처럼 맡을 수 없다. 현대식 측정 기구들만 즐비하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태양·태음·소음 등 체질을 검사하는 기구가 있는가 하면 건강나이, 손·발 등의 악력(握力), 체지방 등을 측정해주는 기구, 한방체조를 따라 배워볼 수 있는 코너 등이 있다.

이 기구들의 인기라면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너도나도 줄을 서 한참을 기다리면서까지 검사하고 검사 결과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현대식 기구는 단번에 사용하기 쉽지 않은 모양이다. 대다수의 관람객들은 기구 사용법에 익숙지 않아 여러 번 실패하고서야 원하는 검사 결과를 얻고 즐거워한다. 아주 옛 스러운 것과 아주 현대스러운 것 모두가 관람객들을 사로잡는 면에선 매 한가지다.

이색 볼거리를 둘러보느라 산청의 명의였던 유의태와 그의 제자 허준에 관한 자료를 모아 둔 전시관을 둘러보는 건 뒷전이기 쉽다. 그러나 한방의 역사, 그 속에 주요 인물에 대한 자료들도 놓치지 않는 게 이곳 박물관을 제대로 관람하는 방법이다.

#약초마다 독특한 냄새가 있었다

2층 전시실은 한약재가 주인공이다. 약초로 사용되는 다양한 식물과 한약 재료로 사용되는 동물, 곤충 등을 한 자리에 모아뒀다.

산청 일대에는 약초로 사용할 수 있었던 식생이 42목 127과 360속 1100여종에 달했다고 한다. 2층 전시실에서는 산청이 자랑하는 이들 약초의 특징과 사진 자료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전시실 한 켠에서는 약초의 독특한 향을 맡을 수 있는 코너가 관람객의 관심을 끈다. 20여 종이 넘는 약초의 향이 준비돼 있다. 약초 향을 맡으려고 처음 코를 들이밀면, 코 끝이 싸한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하지만 한 종 한 종 차례대로 향을 맡다보면 어느새 독한 듯, 싸한 약초의 향에 상쾌함이 느껴진다. 달콤하고 은은한 향수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옛날 옛적 산청에는 편찮으신 어머니를 위해 약초를 캐러 떠나는 효자 갑동이가 살았습니다.…." 느닷없이 스피커에서는 갑동이 이야기가 울려 퍼진다. 옛 산청 마을 일대를 축소, 디오라마로 꾸며둔 곳이다. 내레이션이 이어지면 조명이 이동하고 조명이 비추는 곳에선 인형들이 움직인다. 인사를 나누고 장에서 뭔가를 파느라 여념이 없고, 소달구지가 이동한다. 디오라마가 실감나게 꾸며져 있는 데다 움직임까지 있어선지 어른 아이할 것 없이 뚫어져라 보게 되는 곳이다.

몇 분 동안 이어지는 이야기의 결말은 갑동이가 지리산 끝자락에서 희귀 약초를 어렵게 캐내어 어머니의 병환을 낫게 한다는 해피앤딩. 이야기가 시작될 때부터 짐작할 수 있는 결말이지만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여행수첩

울산IC에서 경부고속도로 진입해 부산방면으로 가다 남해고속도로를 갈아탄다. 진주JC에서 대전통영 고속도로 '산청'방향을 갈아탄다. 산청IC에서 내리면 첫 번깨 삼거리에서 박물관 이정표를 찾을 수 있다. 이정표를 따라 10여 분 운전해 가면 박물관에 도착한다. 대략 3시간.

입장료는 1000원~2000원. 올해 12월31일까지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문을 열고 매주 월요일과 1월1일, 설·추석은 쉰다. 055·970·6421.

글·사진 유귀화기자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