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당뇨병 전국표본조사'의 분석결과에 의하면 우리국민 13명중 1명이 성인 당뇨병(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성인당뇨병이란 인슐린 분비가 되지 않아 생기는 제1형 당뇨와는 달리 인슐린 분비는 정상이나 분비된 인슐린이 여러 가지 이유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생기는 것을 말하며 40대 이후에 주로 발생한다고 하여 성인당뇨병이라 불린다. 현재 추정 환자는 300만 명을 넘는다. 치료비용은 약 3조2000억원으로 전체 건강보험료의 약 19%를 차지한다. 당뇨로 인한 한국인 사망률은 인구10만명당 35.3명이다. 이는 OECD국가 평균의 3배에 해당하며 한국이 가장 높다. 합병증은 인체에 치명적이며 쉽게 치료되지 않는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최근 한국은 매년 30만명씩 당뇨병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 건강수준이 이래서는 나라의 장래가 밝을 수 없다. 성인당뇨병 발생의 병리기전은 세포 활동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분해해서 세포 안으로 집어 넣어주는 역할을 하는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을 못함으로써, 핏속의 포도당은 세포로 들어가지 못해 고(高)혈당 상태가 되고, 세포는 세포대로 포도당을 섭취 못해 배고픈 상태가 된다. 뇌는 췌장에 인슐린 생산량을 늘리도록 지시한다. 췌장은 계속하여 인슐린을 만들어 내지만 작동을 못하니 혈당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이와 같은 악순환으로 이제는 핏속의 포도당뿐만이 아니라 인슐린 농도마저 높아진다.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은 그리 간단치 않아서 첫째 인슐린은 세포가 자라고 커지게 하는 작용이 있다. 그 결과 혈관벽을 두껍게 하여 동맥경화를 초래하고, 둘째 지방분해효소를 자극해 몸에 좋은 지방(HDL)은 감소시키고 몸에 나쁜 지방은 증가시킨다. 또한 분해된 지방을 내장에 저장시켜 내장형 비만을 초래한다. 셋째 신장에서 나트륨의 재흡수를 초래해 수분을 저류시키고 그 결과 고혈압을 초래하기도 하고 악화시키기도 한다. 심하면 심부전 및 신부전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요산을 증가시켜 통풍을 유발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혈중의 높은 혈당은 나중에 신경과 세포를 파괴하는 독성물질로 전환된다.

당뇨병으로 인한 각종 합병증(중풍, 심근경색, 당뇨병성 망막증 등)의 대부분은 이렇게 해서 생겨나며 당뇨병은 또한 유방암, 위암, 췌장암, 대장암 등 암 발생의 위험을 크게 증가시킨다. 한국이 다른 OECD국가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이유는 농경사회에서 산업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먹을 거리가 풍부해진 반면 신체 활동량은 급격히 줄어든 오늘날 한국인의 생활습관이 바로 일차적 원인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늘어난 국민적 스트레스도 단단히 한 몫을 했을 것이다. 그 동안 전국의 보건소는 물론이고 병·의원에서도 당뇨·비만교실을 운영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였으나 당뇨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당뇨는 잘못된 생활습관뿐만 아니라 스트레스가 주범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95%가 심각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이는 미국, 일본 보다 심하다고 한다. 일반 국민의 스트레스도 상당한 수준일 것으로 추측된다. 당뇨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민의 스트레스를 줄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이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 우선 비만한 정부의 몸통을 줄여서 국민의 세금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일 것이다. 세금으로 인해 휘발유 값이 세계에서 최고다. 미국의 7배여서야 말이 되는가.

이과수폭포로 연수간 공기업 감사들처럼 국민을 분노케 하지 마라. 민주니 비민주니 철 지난 구호로 국민을 네 편 내편으로 갈라놓고 싸우게 하지 마라. 국가정체성을 확고히 해서 구국의 노병들이 한여름 뙤약볕 광화문광장에 모이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라.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100만 청년실업자와 그 부모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100만 청년실업에 대한 대책을 하루속히 세워라. 보건소에서 행해지는 당뇨병 교육뿐만이 아니라 이 것이 국민병인 당뇨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정부가 해결 해야 할 선결과제다.

김문찬 울산대 의대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