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6월로 접어들고 있는데 이미 날씨는 여름 한 가운데 있는 듯하다. 봄·가을이 없어졌다. 온대 기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었다는 말이 나온 지도 벌써 몇 년이나 지나긴 했지만, 때 이르게 텁텁한 날씨 때문인지 한낮에 차 안에 갇혀 신호를 기다리노라면 숨이 막히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의 대표적인 간선도로인 삼산~달동을 관통하는 산업도로에는 갈수록 통행량이 늘어나 러쉬 아워가 따로 없이 오후만 되면 정체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나라 밖에서는 얼마 전 느닷없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합의'를 들고 나온 미국 대통령의 속내를 두고 EU 국가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이산화탄소(CO₂)를 비롯한 온실가스라는 사실을 외면하며 온실가스 배출 감축 협약인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고 탈퇴했던 온실가스 배출량 1위 국가인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그 속내와 사정이야 어쨌든 간에 2년 전 교토의정서에 의해 시작된 각국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의무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었고, 이는 FTA와 맞물려 엄청난 비용부담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10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도 2013년부터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적정 수준 이하로 감축해야 할 의무감축국을 면할 수 없는 처지에 있고 당장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자며 그 합의대상국으로 지목한 15개국 속에 우리나라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이산화탄소 배출 의무감축국이 될 경우 적정 수준까지의 감축에 실패하게 되면 톤당 20달러에서 120달러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이는 '탄소 배출권'을 사와야 하고 그 비용이 많게는 연간 수 조원에 달할 수도 있어 그럴 경우 사실상 기업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또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함으로써 바다에 잠길 운명을 맞이하고 있는 섬나라 투발루의 주민들이 호주에 공식적으로 '기후 망명'을 요청해 놓고 있는 극적인 상황을 들지 않더라도 지구온난화는 지구 파탄을 불러일으키는 재앙이 될 수 밖에 없으므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은 지구인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따라서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에 있어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당면하게 될 불이익뿐 아니라, 글로벌 시대의 책임 있는 국가 일원으로서 '세계와 인간'에 대한 의무로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범국민적, 범시민적 주의환기와 실천적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풍력이나 조력 등을 이용한 발전이나 열병합발전을 통한 청정에너지 확보와 하이브리드 등과 같은 대체에너지를 개발하여야 하며, 숲을 조성하여 녹지공간을 확보하여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을 키워야 한다.

온실가스에 있어서 우리보다 형편이 나은 선진국에서도 승용차 5부제, 백열등 사용금지 등이 추진되고 있는데 당장 우리 울산시만 해도 사정이 어떤가. 도로점유율 확보를 위해 매일 산과 숲이 없어지고, 이산화탄소 배출구인 승용차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지방정부의 고민과 정책을 발견하기 어렵다. 울산 연고의 어느 회사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기술개발로 '탄소배출권'을 확보했다는 것에 만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온실가스 배출 감축은 우리와 우리 후손을 위한 환경보호를 위해서도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인 만큼 생태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울산시에서도 시 당국과 시민단체 및 언론기관 등이 함께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해 효과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겠다.

숲을 가꾸고, 자전거를 타고 다녀야 할 이유가 우리 개개인의 웰빙을 위한 건강에만 있는 것이 아닌 까닭이다. 겨우내 자물쇠로 채워 놓았던 자전거를 꺼내 먼지를 털고 기름칠을 하여 페달에 발을 얹어 본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환경의 날이다.

권오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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