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전 인구 중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에서 14%도달 시기)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프랑스가 115년, 스웨덴이 85년, 미국이 75년, 영국과 독일도 각각 45년이 걸렸는데 우리나라는 2023년까지 약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빠른 변화에 발맞추어 노인을 위한 주거시설, 의료ㆍ요양시설, 용구ㆍ용품, 보험ㆍ금융, 재가복지서비스, 여가ㆍ정보에 대한 준비는 너무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국의 진나라 시황제 때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인생의 목표였지만 지금은 불로초를 먹지 않아도 시황제보다 오래 산다. 삶의 질이 문제다. 신문·방송에서는 고령사회의 문제점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막연히 노후를 편안히 살려면 얼마의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 할 뿐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

지난 5월2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고령친화용품 및 주택 디자인 개발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한 후, 노후에 편안히 살 생각은 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아서 이 기회에 20년 후에 내가 안식할 집을 설계 해 봤다.

노인이 되면 평형감각과 근력이 약화되고 신장이 최대 5cm정도 줄어들며 이에 따라 동작영역이 축소된다. 따라서 공간을 디자인할 때 접근성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즉 수평, 수직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모든 곳에 도달이 가능하도록 배려되어야 한다. 또한 온도 변화에의 적응력이 저하되고, 혈액순환이 둔화되어 체온유지가 곤란하게 된다. 따라서 계절이나 기후에 상관없이 실내온도를 항상 적절하게 유지되도록 디자인 한다.

시각이 약화되어 잘 안보이므로 보통의 경우보다 3배 이상의 조도가 필요하다. 청력약화로 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되어 자신의 목소리가 커지고 TV나 라디오 등의 볼륨을 높이므로 노인이 사용하는 공간이 시끄럽게 된다. 따라서 외부로 소리가 나가는 것을 방지하도록 방음과 흡음을 고려한 공간구성 및 마감재의 선택이 필요하다. 또한 신체의 면역력과 저항력이 약화되어 실내공기가 오염되었을 경우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신선한 실내공기환경을 유지하도록 환기가 잘 되도록 해야 한다.

인간은 나이가 들게 되면 점차 기억력이 감퇴하며 특히 최근 기억부터 없어지고 옛날 기억은 오래 남아 있다. 어렸을 때 가까이 했던 물건이나 상황을 재현해 놓으면 기억력 회생이나 기억감퇴를 늦출 수 있다. 성인이 되면서 발달한 인간의 공간인지능력은 노인이 되면서 다시 감퇴한다. 노인이 될 수록 이제까지 살아온 친숙한 환경에서 그대로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제까지 누려왔던 가정과 사회에서의 위치로부터 물러나게 되고 또한 신체적, 심리적으로 노화현상이 나타나면서 자신의 존재의미에 대해 되새겨 보며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이 있으므로 주거공간의 내부에 가능한 햇빛이 많이 유입되게 하거나 또는 밝은 색채를 사용하여 밝고 명랑한 실내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조금이나마 줄여야겠다.

'노인은 과거(추억)를 먹고 산다.' 하는 말이 있듯이 이제까지 간직해 온 추억이 담겨있는 물건이나 수집품에 대한 애착력이 강해진다. 따라서 이를 진열해 놓을 수 있는 진열공간이 필요하다. 노인에게 은퇴는 곧 사회적 접촉기회가 감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주택을 개방적으로 디자인하여 다른 사람과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출입구를 인접 주택과 가까이에 위치시키거나 주택의 문이나 창문 등 개구부를 외부 사람과의 접촉이 가능하도록 위치와 형태 등을 디자인 한다.

인생에 있어서 노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다. 고령사회까지 16년이 남았다. 남이 지어준 집이 아닌 내가 태어나 자라고 의식주를 해결할 터전이 있는 이 곳에서 사랑하는 가족, 다정한 이웃, 자랑스런 제자와 함께 살 수 있는 아름다운 집의 초석을 지금부터 쌓아야겠다.

조무신 춘해대 교수·작업치료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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