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유통속도란 통화단위가 일정기간 동안 각종 거래를 매개하기 위해 몇 번이나 사용되었는지를 나타내주는 지표를 말한다. 그런데 국민경제 전체의 거래규모를 측정할 수는 없으므로 거래규모 대신 GDP를 통화량으로 나눈 소득유통속도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통해 시중자금이 얼마나 잘 유통되어 경제에 기여하는지 볼 수 있으며 경기와 통화량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명목GDP를 M2(광의의 통화)로 나누어 구한 올 1분기 통화유통속도는 0.759로 지난해 4분기 0.766에 비해 하락하였다. 지난해 1분기 0.799를 기록했던 통화유통속도는 2분기 0.795, 3분기 0.785로 떨어지다가 통화량이 급격히 늘어난 4분기에는 0.766으로 하락하였으며 다시 올해 들어 더 떨어진 것이다. 연간 기준으로도 2005년 0.815에서 지난해에는 0.787로 하락하였는데 0.7대로 하락한 것은 1999년 0.783이후 7년만이다.

통화유통속도가 하락하는 것은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고 있는데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은행대출이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크게 증가하여 자금이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지 못하였다. 올해 들어서도 중소기업대출이 확대되고 있으나 시설자금 보다는 운영자금 비중이 높아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통화유통속도가 과잉 유동성의 정도와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를 측정하는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통화유통속도를 구하는 분자인 명목GDP는 통화량 외에 여러 경제변수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하락하고 있는 통화유통속도가 실물경제에 비해 빠른 통화량 증가를 반영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전현우 한국은행 기획조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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