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산빛 보는것만으로 근심 걱정 '훌훌'
배내골 계곡속의 펜션·가든 입맛대로 선택
달마야 놀자 촬영지·신흥사 사원벽화 볼만

'열심히 일한 그대, 떠나라!'

7월부터 70인 이상 사업장에도 전면적인 주 5일 근무시대가 열렸다.

이전만 해도 주말이라 해서 마음대로 떠날 수 없었다. 토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전쟁터 같은 퇴근길을 지나 집에 오면 벌써 시간은 저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모처럼 친구들과의 모임에 나갔다가 자고 나면 일요일 한 낮. 이리저리 뒤척이다 보면 이미 오후로 접어들고, 월요일 아침이 두려운 나머지 또 다시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과감하게 탈출하자. 높은 산, 넓은 들판을 아무리 뛰어다녀도 온전히 하루를 휴식할 수 있는 일요일이 뒤를 받쳐주고 있다. 가족과 함께 일주일의 묵은 스트레스를 훌훌 털고 일상으로부터 탈출해보자.

본보는 시민들이 보다 알찬 주말을 보낼 수 있도록 '볼거리, 먹거리'기획을 마련했다. 시민들이 울산 근교에서 한나절 정도 가족과 함께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길 수 있도록 치밀한 사전 답사를 통해 코스를 안내한다. 편집자 주

장마철이지만 구름 사이로 언뜻 언뜻 내비치는 햇살은 세상을 더욱 투명하게 반사시킨다. 영남알프스의 속살 '배내골'. 비가 자주 오는 요즘 이 곳에는 계곡물이 불어 곳곳이 장관을 이룬다. 푸른 산빛에 반가운 햇살이 비치면 청량한 물소리는 득도의 길로 안내하는 듯 하다.

배내재에 올라서면 이제 속세는 보이지 않는다. 줄곧 뒤따라 오던 근심걱정일랑 벗어던지고 청정 자연의 골짜기로 침잠해보자.

배내재에서 내리막길로 숙이면 영남알프스의 장쾌한 위용이 천둥처럼 병풍을 펼친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벼락같이 곧추선 심종태바위와, 그 뒤로 깊숙하게 골을 파고든 주암계곡이 전인미답의 원시감을 풍겨낸다.

이왕 산세 감상에 나섰으니 간월재로 가보자. 배내통하우스 직전에서 왼쪽으로 핸들을 꺾어 1000곒준봉의 허리에 난 비포장 임도를 따라간다. 그야말로 울퉁불퉁 달구지를 탄 느낌이다.

그러길 10여분. 오른쪽 맞은 편에 재약산과 사자봉 등 영남알프스의 산군들이 줄지어 도열을 시작하고, 이내 쥬라기 공원 한 가운데 온 듯한 느낌에 빠진다. 깊은 골짜기에서 익룡이라도 한 마리 날아오를 것 같다. 산천을 깨트리는 공룡의 울부짖음도 들린다.

마침내 간월재. 양쪽을 호위하는 신불산과 간월산의 위용에 겸손해진 바람이 광활한 간월재를 휭휭 오가며 애교를 떤다. 활공장에서는 1000곒 상공을 가르는 '자유의지'가 하늘을 수놓는다. 맛보라, 훨훨 휘젓는 날갯짓 사이로 일상탈출의 기쁨을. 푸른 억새밭에 붉게 핀 나리꽃 군락들도 박수를 보낸다.

죽림굴은 빼놓을 수 없는 천주교 박해시대의 유적지다. 기해박해 당시 관아의 손길을 피해 100여명의 신자들이 한꺼번에 이 굴속에 숨어 위기를 모면했다고 한다. 어두운 바위굴 천장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은 마치 당시의 참혹했던 시대상을 잊지 못한 회한의 눈물 같다.

신불산자연휴양림 상단지구 옆을 지나 다시 배내골로 내려오면 이제 넓다란 반석 위로 맑은 물이 철철 넘치는 지상 최고의 조경품들을 만나게 된다. 계곡 옆으로 펜션과 가든이 자리를 뺏길세라 다투어 들어서 있고, 맛있는 음식들이 한 낮의 나그네를 유혹한다. 어느집이든 들어가 음식을 주문해놓고 계곡에 발담그고 놀아도 후회는 없으리라.

이 일대 식당은 대부분 오리와 닭, 흑염소, 흑돼지 등을 주로 취급한다. 배내통하우스 등에서는 도토리, 파전, 손두부, 커피 등도 판다.

그렇지만 아직 가볼만 한 곳은 많다. 이천분교를 지나 '베네치아산장'에서 좀 더 나아가면 만인의 이정표 '종점상회'가 있다. 이 곳에서 왼쪽으로 꺾어들면 파래소폭포로 이어진다.

그냥 직진해서 더 나아가면 이제 양산 원동면으로 접어든다. 얼마 안가 왼쪽에 통도골 가든이 나타나는데, 이 가든 옆으로 10여분 걸어서 오르면 영화 '달마야 놀자' 촬영지를 만날 수 있다. 조폭과 스님들이 물 속에서 오래참기 내기를 하는 장면을 이 곳에서 찍었다고 팻말에 씌어 있다.

또 직진하면 이제 목적지는 신흥사다. 대리마을을 지나 왼쪽의 펜션단지를 구경하며 도로를 한번 휘어감으면 고점교가 나온다. 배내계곡은 이 다리 밑을 지나 마침내 밀양댐으로 쏜살같이 멀어져 간다. 고점교에서 바라보는 계곡미 또한 일품이다.

신흥사는 고점교에서 고개를 넘어 제법 내려가다 왼쪽으로 꺾어들면 있다. 일찌감치 마중나온 산문을 통과하면 맑은 계곡이 길을 안내하고 얼마 안가 아담한 절이 천왕문을 내밀고 있다. 이 절의 대광전은 보물 1120호로 지정돼 있다. 대광전 안벽에 수십종의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사원벽화라고 한다.

양산시 원동면으로 더 깊숙히 들어가면 매실단지가 있고, 국내 유일의 양수발전소가 건설된 천태산도 있다. 그렇지만 하루에 다 돌아보기에는 주마간산격이 될 수 있기에 이쯤에서 아껴놓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거리 : 배내재­2㎞­배내통하우스­5㎞­종점상회­8㎞­고점교­7㎞­신흥사

글=이재명기자 jmlee@

사진=김경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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