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올 여름 휴가철도 막바지다. 아직 산이나 바다 구경을 못한 사람들에게는 마냥 아쉬운 시간이다. 하지만 사람 북적대는 해수욕장이나 계곡을 찾기도 부담스럽다. 하루 정도 기분 전환할 드라이브 코스는 없을까?

이번 주말은 부산 기장으로 나들이를 떠나보자. 국립수산과학원에 들러 해양 전시물을 구경하고, 용궁사의 해변 절경도 느껴보자. 가는 길에 장안사에 들르면, 시원한 계곡물에 발도 담글 수 있다.

◇한적한 장안사의 계곡 속으로

14번 국도를 타고 울산 경계를 벗어나 5㎞ 가량을 달리면 부산 기장군 장안사에 도착할 수 있다. 14번 국도는 교통량이 많지 않아 공업탑로터리에서 출발하더라도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반룡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들어가면 장안사로 갈 수 있는데, 여기서부터 절 입구까지의 한적한 시골길이 정겹다. 조그만 천 조각을 이어 붙인 듯한 밭들과 그 가운데 서 있는 원두막은 고향의 모습이다.

도로변에는 '기룡마을 농산물 직판장'이 있다. 대형 시장을 연상케 하는 이름이지만, 인근 계룡리의 주민들이 수확한 농작물을 내다 파는 곳이다. 10여명의 노인들이 담배를 피우며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모습이 친근하다. 잠시 들러 반찬거리를 구경해도 좋을 듯하다.

장안사 입구에서 절까지 가는 길은 구불구불한 언덕길이지만, 잘 닦인 인도와 데크가 설치돼 있어 걸어가기 좋다. 봄에는 벚꽃을, 가을에는 단풍을 만끽할 수 있다. 물론 요즘 같은 더위에는 아무래도 차를 타고 가야 된다. 절 앞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어 주차도 용이하다. 다만 여름철에는 장안사 앞 계곡을 찾는 피서객들이 많아 다소 복잡하다.

장안사는 신라 문무왕 13년(673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해 '쌍계사'라고 불리다, 애장왕이 다녀간 뒤 '장안사'로 개칭했다. 크지 않은 절 안에서는 아담한 고찰(古刹)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절 앞에서는 위엄 있는 달마대사상과 삼존불, 석탑과 해태상을 구경할 수 있다.

절 앞에서부터 아래로 시원하게 뻗은 계곡도 놓칠 수 없다. 여름에는 사람이 많이 몰리지만, 막바지에 접어든 휴가철에는 잠시 발을 담그고 준비해 온 도시락을 풀어도 좋을 것이다. 물론 도시락이 없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장안사 입구 주위에는 들러볼만 한 음식점이 많다. 메기매운탕이나 닭과 오리 요리가 유명하며, 간단하게 산채비빔밥 한그릇도 괜찮다.

◇해양의 신비를 체험하다

장안사에서 다시 14번 국도에 올라 20㎞ 가량을 더 내려 가보자. 기장읍에 접어들면 최종 기착지인 '용궁사'가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용궁사의 절경은 잠시만 미뤄두고, 국립수산과학원에 먼저 들러보자.

국립수산과학원은 해양수산부 소속의 국립연구기관으로 용궁사와 대변항 사이에 위치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해양수산부 소속의 국립연구기관이지만, 방문객들을 위한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그 가운데 '수산과학관'은 수족관이나 선박전시관 뿐만 아니라 해양생물의 진화과정이나 냉동식품 제조공정 등 해양에 대한 모든 정보를 시각화 해놓은 곳이다. 좁은 복도를 따라가며 천천히 구경하다 보면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아이들이 있다면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수산과학관 주위에는 선박조종체험을 할 수 있는 대형 배모형과 각종 물고기를 구경할 수 있는 원형 분수도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다.

◇해안의 절경에 안긴 용궁사

국립수산과학원과 접해 있는 용궁사는 1376년에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대사가 창건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1930년대 통도사의 운강이 다시 지었다. 용궁사는 산 속에 자리 잡은 다른 사찰과 달리 해안에 위치해 있다.

절 입구에 들어서면 12지신상이 서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띠 형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소원을 빈다. 그 옆에는 '교통안전기원탑'이 있고, 그 아래로 108계단이 이어진다. 계단 중간쯤에는 배를 만지면 아들을 낳게 해준다는 '득남불'이 있다. 까맣게 번들거리는 득남불의 배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거쳐 갔는지 짐작케 해준다. 꼭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해수관음대불'도 유명하다.

하지만 용궁사의 매력은 불상이나 법당에 있지 않다. 절을 가만히 안고 있는 듯한 해안의 절경에 진짜 멋이 있다. 마치 관광을 위해 일부러 지어놓은 것처럼 절과 바다는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불자보다는 카메라를 든 관광객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용궁사의 절경은 비가 내리거나 안개가 끼면 더 빛을 발한다. 달이 비치는 밤바다와도 잘 어울린다. 뛰어난 절경을 보면서 스트레스는 바다에 모두 털어버리면 된다.

눈은 즐겁지만 슬슬 배가 고프다면, 용궁사를 빠져나와 대변항으로 가는 것도 좋다. 멸치로 유명한 항구이니 만큼, 멸치구이나 멸치찌개 등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이 정도 둘러 봤다면 돌아가도 크게 아쉬울 것은 없을 듯하다. 하지만 시간과 체력이 더 남아 있다면 남쪽으로 내려가 해운대나 광안리 등 부산의 해수욕장을 찾는 것도 좋다. 혹은 돌아오는 길을 31번 국도로 선택해 일광, 진하, 간절곶을 거쳐 오는 코스도 괜찮을 듯하다.

허광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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